정부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하는 등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는 단순한 위·탈법을 넘어 국가행정에 대한 심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행위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면세점 신규 허가를 지시하고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공무원들은 기초자료를 왜곡했다니 ‘과연 이게 나라인가’라는 자괴감이 든다.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더욱이 이번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정권 차원의 의도적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주무 부처인 관세청이 평가항목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신청 업체의 점수를 고의로 깎아내렸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당시에도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가 선정되면서 뒷말이 나돌았으나 사사로움이 개입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면세점 특허 장사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정도가 아니라 강도에게 칼을 쥐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조작으로 2015년 면세점 사업자 선정 당시 유력 업체가 탈락했고, 담당 공무원은 조작된 내부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 투자까지 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제 공은 검찰에 넘어갔다. 감사원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의 대가로 면세점 특허를 발급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으나 이후 이뤄진 천홍욱 관세청장 인선 과정을 보면 의혹으로 남는다. 천 청장은 관련 자료를 은폐한 사실도 드러났다. 두산과 한화그룹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했으나 곧이곧대로 믿을 말은 아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누가, 왜, 어떤 경로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이 과정에서 반대급부가 있었는지를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차제에 면세점 특허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판단한다. 정부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권한을 절대적으로 행사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한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5년마다 특허 심사를 하는 허가제를 폐지하고 일정 요건을 갖추면 누구나 면세사업을 할 수 있도록 신고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만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하지 않겠나.
[사설] 면세점 비리 관련자 엄벌하고 특허제도 바꿔야
입력 2017-07-12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