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황금박쥐’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붉은박쥐(사진)의 게놈(유전체)을 세계 최초로 분석했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게놈산업기술센터 연구진은 멸종위기에 처한 붉은박쥐의 보전과 복원을 위해 게놈을 해독하고, 다른 생물과 비교 분석을 마쳤다고 12일 밝혔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붉은박쥐는 국내에 확인된 개체수가 500마리 남짓에 불과한 희귀종이다. 연구에는 충북 단양 고수동굴에서 발견된 붉은박쥐 사체가 사용됐다. 한국에서 박쥐의 게놈을 해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박쥐 유전자가 인간 수명과 질병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쥐는 몸 크기에 비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포유류다. 이번에도 박쥐의 긴 수명, 비행능력, 초음파 감각, 낮은 시력에 관한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특히 연구진은 붉은박쥐의 게놈에서 맹독으로 알려진 비소(As)에 강한 유전변이를 찾아냈다. 비소에 강하기 때문에 붉은박쥐는 중금속으로 오염된 동굴 환경에서도 생존이 가능했다.
박 교수는 “국가적으로 붉은박쥐 같은 생물자원의 유전정보를 모아 빅데이터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박쥐 게놈에서 장수와 관련된 유전정보를 더 깊이 연구해 암 치료와 수명 연장에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게놈 분석 결과 붉은박쥐의 개체수는 마지막 빙하기 후반이던 1만∼5만년 전부터 급격히 줄었다. 박쥐는 해충을 잡아먹거나 꽃가루를 옮기는 등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는 류덕영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과 함께 진행했으며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와도 협업했다. 연구 내용은 국제적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지난 5일자로 발표됐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멸종위기 ‘황금박쥐’ 유전체 세계 첫 해독
입력 2017-07-12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