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사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근심이 더욱 깊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송영무(국방부) 조대엽(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연기를 이끌어냈지만, 청와대와 여야 간 삼각방정식을 풀어 국회 정상화를 끌어내야 하는 부담도 모두 떠안게 됐다.
우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청와대가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해 왔지만, 저는 고심 끝에 대통령께 며칠간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각 인선이라도 완료해 국정에 충실하자는 청와대 뜻은 이해하나 장관 임명으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무기한 연장, 포기되는 상황은 막아보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며 “책임 있게 최후 담판에 임할 테니 야당도 정국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대승적으로 임해 달라”고 호소했다. 우 원내대표의 요청에 청와대도 즉각 수용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우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야당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가 송·조 후보자 중 한 명만 지명을 철회해도 경색 국면을 풀 카드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우 원내대표로서도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된다.
그러나 청와대는 송 후보자와 조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사퇴를 시킬 의사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임명 연기’가 ‘명분 쌓기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원칙론자인 문 대통령이 두 장관 후보자를 개혁 적임자로 여기고 있어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며 “결국 며칠의 말미를 준 뒤 임명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야당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 내부의 깊은 불신도 임명 강행 전망을 뒷받침한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두 후보자 중 한 명을 사퇴시킨다고 해서 야당이 적극 협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의 야당을 전혀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우 원내대표와 면담한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여야 간 정치적 논쟁이 지나치게 과열돼 국회 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는데 이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며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가 같은 생각으로 대야 협상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야3당 원내대표를 연쇄 접촉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와 회동 후 “(우 원내대표가) ‘추미애 대표는 캐릭터가 강해 사과하지 않을 것 같다. 인사 문제는 조처가 있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특정 후보자의 지명 철회나 자진사퇴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각 정당의 상황을 점검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했다”며 “(협상) 진전은 금방 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속 타는 우원식… 여·야·靑 설득할 ‘카드’ 마땅치 않네
입력 2017-07-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