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인사대로, 민생은 민생대로… 靑의 투트랙 제안

입력 2017-07-12 05:00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독일에서 귀국한 뒤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 개편 문제를 장관 임명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안타깝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병주 기자

청와대가 인사 문제와 추가경정예산(추경) 문제를 분리해 투트랙으로 처리할 것을 야권에 제안했다. 원칙적으로는 인사 부적절성 문제를 별도로 따지되 민생 문제를 우선 처리하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철회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점이 변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협상 카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민생 외면 야권’ 여론전으로 야권을 압박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11일 문 대통령의 두 장관 임명 연기는 야권과 협상에 나설 우 원내대표에게 일종의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이 야당들과 협의할 일이 많겠지만 청와대도 전방위적인 정무적 노력을 하겠다”며 “당의 노력 과정을 지켜보고 그 결과를 가지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가 일부 장관 낙마를 결정할 재량까지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읽힌다. 이 관계자는 “야당과 더 대화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다. 상식적으로 임명 의지를 야당에 전달하고 이해를 구하는 시간으로 이해되지 않겠느냐”면서 “청와대에서 검증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부적격 사유가 (국회 청문회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다면 국민에게 위임받은 진중한 대통령의 인사권이 너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의 인사권을 원내대표 요청에 의해 잠시 연기한 거다.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여당과 함께 진지한 대야 협상에 나서겠지만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다면 임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추경 편성과 정부조직법 개편에 나서지 않는 야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춘추관을 찾아 “인사는 인사대로, 민생은 민생대로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시급한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추경안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기를 (야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실업 고통으로 많은 어려움을 지니고 있는데, 빚을 내서 국채를 발행하는 것도 아니고 더 걷힌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착한 추경’도 정파적 이해관계의 충돌 소재로 전락하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걷힌 세금으로 국민 고통을 줄이자는 ‘착한 추경’ 논의조차 진전되지 않는 건 해도해도 너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수석은 두 후보자의 임명 철회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만큼은 아니더라도 두 후보 모두 임명 못할 정도로 흠결이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수석은 전날 우 원내대표와 만찬을 하고 두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전 수석이 임명 불가피 입장을 밝혔지만 우 원내대표가 협상을 위한 연기를 강력히 요청해 이를 받아들였다.

글=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