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재활용해 슬리퍼·가방 제작… 환경 살리는 덕풍교회

입력 2017-07-12 00:00
경기도 하남시 덕풍교회 교인과 주민들이 지난 8일 교회에 모여 미얀마로 보낼 ‘폐현수막 조리’를 만들고 있다. 덕풍교회 제공
“한 번 쓰고 버리는 현수막은 심각한 폐기물입니다. 현수막을 덮어 놓은 곳엔 풀도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농촌에서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현수막을 덮어 놓는다니 독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경기도 하남시 덕풍교회(최헌영 목사)의 김주선 부목사는 11일 “일회용 현수막을 지속적으로 버리는 건 지구에 죄를 짓는 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김 목사는 “쓰고 난 현수막을 방치하면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회들마다 많은 양의 현수막이 제작되고 또 버려진다. 김 목사는 현수막 재활용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 붙였다. 수거한 현수막을 자르고 잇고 붙여서 가방과 ‘플립플랍’(일명 조리·사진)을 만들었다. 현수막으론 조리의 끈 부분을 제작했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발이 편한 조리의 디자인을 찾기 위해 직접 신고 다니며 제작법을 터득했습니다.”

김 목사는 올해 초 덕풍교회 교인들과 지역사회 봉사공동체인 ‘덕풍동 마을쟁이’ 회원들에게 폐현수막 재활용법을 전수했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온 동네를 다니며 폐현수막을 수거했고 교회에 모여 가방과 조리를 제작했다.

가로 5m 길이 현수막은 폭 60㎝ 가방 7개로 탈바꿈했다. 한 개에 20㎝의 조각이 필요한 조리는 현수막 한 개로 25개나 만들 수 있었다.

폐현수막을 활용한 가방과 조리는 주문제작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이 일만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아니라 교인들과 동네 자원봉사자들이 짬을 내 직접 현수막을 수거하고 가방과 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항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선교팀이나 봉사팀의 요청이 있을 때면 서둘러 제작해 인편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덕풍교회에 모인 교인과 주민들은 지난 8일에도 조리 50개를 만들었다. 이날 만든 조리는 조만간 미얀마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에 전달된다. 조리는 양곤과 만달레이에 맨발로 지내는 극빈층 아이들에게 이달 말 전달될 예정이다.

올 초부터 제작하기 시작한 가방 200개는 케냐가 목적지다. 케냐에서 활동 중인 선교사를 통해 에이즈로 투병 중인 여성들과 초등학생들에게 전달된다.

독성이 강한 현수막으로 제작한 가방과 조리가 인체에 유해한 것은 아닐까. 김 목사도 이 부분이 걱정돼 대학 때 은사들에게 문의했고 본인도 직접 시제품을 사용해 봤다. 결론은 문제없다는 것이었다.

“현수막에서 독성이 강한 부분은 도색이 된 면인데 반대편이 피부에 닿는 건 괜찮다고 합니다. 제가 며칠씩 신고 다녀도 편하기만 하더라고요.”

최헌영 목사는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게 목회철학인데 폐현수막을 활용하는 것은 그 뜻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환경도 살리고 꼭 필요한 분들에게 나눠드리고 주민과 교인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도 되니 1석3조의 결실이 있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