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 대통령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 당해”… 류석춘 발언 논란

입력 2017-07-11 18:11 수정 2017-07-11 23:46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최종학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1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실제 저지른 잘못보다 너무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탄핵 사유는) 실체가 없다”면서 “(박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엮으려고 하는데 구체적인 게 없어서 검찰도 고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적 탄핵이며 정치적으로 굉장히 억울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류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탄핵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박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른바 ‘태극기 민심’으로 당을 혁신하자는 얘기냐”는 비판이 나왔다. 혁신위가 정식 출범하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류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무슨 실정법을 위반했는지 잘 모르겠다. 박 전 대통령이 태반주사 맞은 게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지 않나”라고 반문한 뒤 “그런데 야당과 언론은 (그 부분을)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또 “일방적으로 감옥에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출당 조치하는 것은 시체에 칼질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이명박정부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거론하며 “광우병 사태로 초등학생까지 끌고 나와 대통령이 하야하라는 얘기까지 갔다”며 “이것 비슷하게 진행된 게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이 탄핵에 앞장서는 일을 한 걸 대단히 양심적인 것으로 치켜세우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나 스스로 매주 토요일 태극기 집회에 열심히 나갔다”고 덧붙였다.

류 위원장은 “나는 아마 전사하게 될 것”이라며 “제가 원하는 당으로 만들기 위해 (저항하는) 상대방과 논개같이 빠져들어 죽지 않을까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친박(친박근혜) 등 인적청산에 대해 류 위원장은 “가치에 맞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출당이나 당 보직을 안 준다거나 여러 방법이 있다”면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책임이 큰 상징적인 사람들과 그동안 헷갈렸지만 앞으로 잘할 사람 등 여러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극우화되는 것 같아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는 글을 올렸다. 홍준표 대표는 장 의원의 페이스북에 “극우라는 개념을 한번 찾아보시고 비판하시기를”이라는 댓글을 달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 대표는 류 위원장과 신임 당직자들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정당이 조용하다는 것은 공동묘지의 평화”라며 “정당은 시끄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에서는 내부 치열한 논쟁이 있어야 한다”면서 “서로 고성도 지를 수 있으면 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잇따르는 당내 불협화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