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친환경 茶사업하며 전도 비즈니스선교 성공 모델 유재철 대표

입력 2017-07-12 00:00
유재철 보이마루 대표가 지난 5일 경기도 광명역에 있는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중국 소수민족 아이들이 2015년 7월 윈난성 현지 개척교회에서 열린 여름 성경학교에 참석해 사진을 찍고 있다. 유재철 대표 제공
보이차 판매업체인 ‘보이마루’의 유재철(47) 대표는 “저는 사업가인 동시에 하나님 나라의 증인”이라고 늘 강조한다. 그는 중국 윈난(雲南)성에서 2007년부터 10년째 사업을 하며 소수민족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지난달 교계 콘퍼런스 참석차 잠시 귀국한 유 대표를 지난 5일 경기도 광명역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유 대표가 보이차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중국에서 한 소수민족 소녀를 만난 일이었다. 그는 “2003년 4월 중국 내몽골에서 열린 성경학교 교사로 참석했다가 윈난성에서 온 묘족(苗族) 출신 A양을 만났다”면서 “A양이 성경공부를 하고 싶어 기르던 돼지를 판 돈으로 일주일 동안 기차를 타고 수천㎞를 왔단 얘길 듣고 윈난성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듬해 12월 윈난성을 방문했다. A양이 사는 곳은 길도 제대로 나있지 않은 오지였다. 8시간 동안 꼬박 산길을 걸었다. 해가 저물고 지쳐서 주저앉고 싶어질 무렵 멀리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A양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흘러나온 찬양소리였다. 마을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이 마을을 찾은 외지인은 100년 전에 찾아온 영국인 선교사 이후로 당신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그곳은 선교사를 통해 오래전 복음이 전파되긴 했지만 외부와 소통이 단절돼 복음을 다시 전해야 하는 상태였다”며 “윈난성 산간 지역 곳곳에 복음을 듣지 못했거나 다시 전해야할 소수민족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소수민족 전도의 사명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유 대표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방법을 고민하다 윈난성이 보이차 산지라는 점에 주목했다. 현장을 조사하다 대부분의 농부들이 농약을 사용해 보이차를 재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때문에 이곳 보이차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유 대표는 “자연과 공존하는 하나님의 창조섭리를 전하면서 수익도 올려줄 수 있는 방법으로 친환경농법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농부들에게 담뱃잎을 담근 물이나 고춧가루 푼 물을 뿌려 벌레를 쫓는 농법을 알려줬다. 친환경농법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윈난성의 한 차(茶)동호회에서는 이렇게 재배된 보이차를 맛 본 후 “야생차처럼 품질이 좋다”고 평가했다.

전도도 병행했다. 유 대표는 자신을 크리스천 사업가로 소개하며 보이차 농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그는 “농약을 쓰지 않는 게 하나님의 창조섭리에 맞다고 말하면서 전도했는데 신기하게도 한 명씩 복음을 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2007년 여름 친환경농법을 전했던 한 마을에선 열아홉 가정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미전도 종족이 있는 마을을 찾아다니며 친환경농법을 알려주고 찻잎을 사들이거나 웃돈을 주고 특산물을 구매했다. 판로를 열어주고 소득을 높여주면서 안면을 익히니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시련도 있었다. 2008년 12월 아내에게 뇌경색 증세가 나타나 급히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의사는 한 달에 두 번 진료를 받고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 중국으로 돌아가는 건 힘들겠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아내가 설득에 나섰다. 아내는 “하나님이 소수민족 전도를 멈춰도 된다고 말씀하신 게 아니면 다시 가는 게 맞다”고 했고 유 대표는 다시 용기를 냈다. 그는 “아내는 식이요법을 하면서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데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마루는 2010년에야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친환경농법으로 기른 보이차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미국과 한국에서 들어오는 주문도 늘고 있다. 수익에 욕심내지 않아 많은 이익이 나는 건 아니지만 안정적인 비즈니스 선교의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유 대표는 “보이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사는 청지기이고 싶다”면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며 교회가 없는 곳에 교회를 세우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