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얼굴) 대통령은 11일 “독일 베를린 방문에서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밝힌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며 “당장은 멀어 보이지만 우리가 남북 관계를 위해 노력해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뒤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북한이 선택할 길도 그 길밖에 없다고 본다. 북한의 호응을 기대해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도 북핵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과 당장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 방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 참석 성과와 관련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모든 나라로부터 지지받았고, 북핵 문제가 G20 의제가 아님에도 우리 의제로 국제적인 공감대를 조성한 것이 성과”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이른바 강대국과의 회담에서 느낀 솔직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주요 의제가 적힌 메모를 써서 발언시간 대부분을 선점하고, 백악관 참모들에게도 발언 기회를 줘 문 대통령을 초조하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시 주석이 처음 발언한 지 15분이 지나서야 문 대통령에게 발언 기회가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예정된 회담시간의 3분의 2가량을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매우 당황했지만 문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잘 넘겨 회담 자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문재인 대통령 “베를린 구상, 멀어 보여도 가야할 길”
입력 2017-07-11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