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의 스타는 선수들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인 것 같다. 13일(한국시간)부터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선수보다는 골프장 소유주인 트럼프 대통령 관련 화제가 더 풍성하다.
미국 USA투데이는 11일 마이크 데이비스 미국골프협회(USGA) 사무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 위협’ 때문에 US여자오픈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스 사무총장이 2015년 한 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우리는 장소를 바꿀 수 없다. 트럼프가 우리를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각 골프 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 시절부터 인종차별 및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자 그가 소유하고 있는 골프클럽에서 대회를 여는 것을 기피했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는 지난해 LA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기로 한 PGA 그랜드슬램 대회를 취소했고, 매년 플로리다주 트럼프 내셔널 도랄리조트에서 열렸던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캐딜락 챔피언십 개최지를 올해 멕시코로 옮겼다. 다만 US여자오픈을 주최하는 USGA는 ‘트럼프 협박’ 때문인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일부 여성 골퍼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트럼프와 만나길 꺼리면서도 골프 발전에 기여한 트럼프의 공을 외면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LPGA 투어 메이저대회 통산 2승을 거둔 미국의 브리트니 린시컴은 지역지 시카고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대회장에 대통령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스포츠채널 ESPN이 LPGA 투어 선수 49명을 무기명으로 인터뷰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여성 골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전체의 55%가 ‘B- 이상’이라고 상대적으로 후하게 답했다. 한 선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관과 별개로 골프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또 US여자오픈에 불참하는 것을 고려하겠느냐는 질문엔 한 명도 빠짐없이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린시컴의 기대를 저버릴 것 같다. 지역지 팜비치포스트는 “연방항공기구의 대통령 항공 여행 예상 일지에 따르면 뉴저지 모리스타운 인근에서 대회 기간 비행 계획이 잡혀 있다”며 대통령의 대회 참석을 시사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LPGA US여자오픈 최고 스타는 트럼프?
입력 2017-07-11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