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11일 과거 정권에서 개입 의혹이 불거졌던 13건에 대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조사 주체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다. 국정원 댓글 사건,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비선 보고 의혹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서훈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꼭 봐야 하는 사안이 있다면 정권을 가리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이 조사 대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서 원장은 과거 의혹 사건의 진실 규명을 통해 미래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탈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고강도 셀프 개혁 수순이라는 의미다. 국정원이 과거 정치개입 사례를 스스로 철저히 조사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특정 정권이 아닌 국가와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은 계속돼야 하는 것이다.
우려도 존재한다. 정치적 조사로 변질될 가능성이다. 과거 정권들도 집권 초기 국정원 개혁을 명분으로 다양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대부분 과거 정권에 충성한 인물들을 솎아내는 것으로 귀결됐다. 그럴 때마다 국정원 전체가 휘청거렸다. 이 같은 우려에 의구심을 더해주는 대목도 있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과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 등은 법적 심판이 내려진 사안이다. 진실 규명을 명분으로 또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 자체가 자칫 정치 보복으로 비칠 개연성이 있다.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누가 뭐래도 정치적 중립이다. 개혁이 정치 관여나 불법 활동을 차단하는 데 목적을 둬야지 인위적 물갈이로 귀결돼선 안 된다. 정치보복 자체가 적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은 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중립적 관점에서 조사를 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청와대의 중립 의지가 중요하다.
[사설] 국정원 적폐 청산 작업, 정치 보복으로 흘러선 안 돼
입력 2017-07-11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