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류석춘, 이래 갖고 자유한국당 혁신하겠나

입력 2017-07-11 17:15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을 했다. 혁신위원장 지명 후 첫 회견이다. 그는 “한국당 혁신의 목표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추구하는 가치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들었다. 그러나 류 위원장의 회견 내용을 볼 때 한국당에 과연 변화가 일어날지 의구심이 든다.

혁신은 치열한 성찰에서 비롯돼 비전의 구현을 통해 완성된다. 출발점이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어야 하고 이는 냉철한 현실인식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류 위원장은 첫걸음부터 상황 판단에 문제가 많음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시각은 시류와 너무 동떨어졌다. 그는 탄핵이 과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강조했다. 출당 여부에 대해서는 “시체에 칼질하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대다수 국민의 민의가 바탕이 돼 국회의 합법적 절차와 헌법재판소의 법리적 판단으로 결정된 탄핵을 정치의 산물로 깎아내렸다.

국정농단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농단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론이 다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자기들 정파적 위상을 위해 기사를 왜곡할 수 있는 게 우리나라 언론”이라면서 “한국당이 국회 100석 이상인 점을 이용해 그런 현실을 바꾸겠다”고 했다. 제1야당을 혁파하겠다는 책임자의 말이 맞는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반헌법적 발언이다. 류 위원장은 언론을 협잡이나 일삼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위력을 통해 길들이려는 태도를 스스럼없이 보였다. 혁신위원장의 수준이 이 정도니 ‘모양은 혁신, 내용은 적폐’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류 위원장의 입장이 알려지자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걱정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내표는 “혁신위원회는 소리 없이 안을 만들어 해나가는 거지 먼저 소리를 내면 어떤 군림 형태로 보이기 쉽다”고 지적했다. 당 안팎의 우려스러운 평가를 받는 그가 혁신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당내 인적 쇄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미심쩍다.

류 위원장은 공당의 혁신위원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극우 성향이라는 평판을 듣는 인물이 정통보수 정당 재건이라는 책무를 맡는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외연 확장은커녕 내부 분란만 조장할 것 같다. 그가 제시한 한국당의 새로운 가치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엄중히 수용하는 진리다. 실체적 법치가 작동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를 꽃 피우는 것은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그러나 그런 염원이 류 위원장의 기대와는 달리 한국당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