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에 힘을… 이웃 살리는 성공회 금산자활센터

입력 2017-07-12 00:00
일본인 이주여성 니타 게이코씨(오른쪽)가 지난 5일 대한성공회 산하 충남금산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모아카페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자활은 우리에게 꿈을 주는 일입니다.”

충남 금산군 모아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던 니타 게이코(47·여)씨의 이야기다. 96년 한국에 온 게이코씨는 세 아이의 엄마다. 한국인 남편이 2014년 질환으로 입원하며 생계가 어려워지자 휴게소 및 화장품가게 아르바이트와 일본어 강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대한성공회가 운영하는 충남금산지역자활센터를 찾았다. 모아카페는 자활센터에서 이주민의 자립을 돕기 위해 지난 4월 개업한 카페다. 게이코씨를 포함해 일본인 이주여성 3명과 베트남인 이주여성 1명, 사회생활을 멀리했던 한국인 남성 1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지난 5일 카페에 들어서자 노란 페인트가 칠해진 벽과 작은 인형들이 눈에 띄었다. 페인트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칠했다. 게이코씨는 “그날 너무 힘들어 다시는 페인트칠을 하지 말자고 결심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인형들은 이주여성들이 자활센터에서 운영하던 방과후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직접 만들었다.

직원들은 커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두와 우유의 비율을 그림으로 그려가며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했다. 게이코씨는 “좋아하는 인형 만들기를 할 수 있고 다문화 여성들의 모임도 할 수 있어 보람차다”며 “다문화 여성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돼 달라는 뜻에서 카페 이름을 ‘모아’로 지었다”고 말했다.

게이코씨가 자활센터에서 처음 한 일은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일이었다. 삶에 지쳐 있을 것만 같았던 어르신들이 자신을 해맑게 맞이하는 모습을 보며 힘을 얻었다. 그는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다”며 “자활을 부끄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용기를 내서 시작하면 길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활센터는 이 밖에도 임가공, 외식, 지역아동센터 급식도우미 및 청소인력 파견, 표고버섯과 깻잎 재배, 재활참여자 상담 등 8개 사업단을 꾸리고 있다. 김원세 센터장은 “주로 저소득층의 자활의지를 높이고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며 “사회 뒤편에 물러나 있던 이들이 세상에 당당히 나서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한성공회는 이곳 자활센터를 14년째 운영하고 있다. 김승태 대한성공회 금산교회 신부는 “교회가 지역민들에게 건강한 삶을 되찾아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예수님께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함께했듯이 자활센터에 계신 분들이 위로받고 용기와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산=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