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좋고 선호도 높은 학교일수록 부유층 비율이 높다. 이른바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의대, 법학전문대학원의 공통된 현상이다. 부모 후광을 업고 입학 레이스를 뛰었으니 유리했을 것이다. 문제는 유리한 정도다. 국민일보가 국가장학금 통계에서 드러난 대학생 소득수준을 분석해보니 학벌은 집안소득 수준에 따라 명확히 갈렸으며 이런 현상은 고착되고 있었다.
서울 상위권대, 고소득층 비율 높아
국민일보는 전국 4년제 대학 200여곳 재학생의 소득수준이 정리된 ‘2014∼2016년 국가장학금 신청현황’ 자료를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입수해 11일 분석했다(표 참조). 5개 대학씩 그룹으로 묶어 비교했다. 서울 상위권대학 그룹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다. 영국대학평가기관 QS의 국내 대학 순위를 기준으로 했다. 거점 국립대는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충남대, 지역중심 국립대는 부경대 안동대 군산대 목포대 공주대다. 영호남 2곳씩, 충청 1곳이다. 지방 사립대는 건양대 계명대 목원대 조선대 한림대로 교육부 학부교육선도대학사업(ACE)에 뽑힌 ‘괜찮은’ 대학들이다.
서울 상위권 대학은 고소득층 비율과 국가장학금 미신청자 비율이 높았다. 특히 국가장학금 미신청자 비율이 다른 그룹보다 20∼30% 포인트 많았다. 정부가 지정한 부실대학 재학생이 아니라면 대학생은 누구나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이다. 다만 집안소득 수준을 드러내야 한다. 또 국가장학금으로 확인된 소득분위는 교내외 다른 장학금 심사에 활용된다. 국가장학금 미신청자 다수가 대학 등록금이 부담스럽지 않거나 소득수준이 드러나길 원치 않는 부유층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서울 상위권 대학만 고소득층 비율이 중·저소득층 비율보다 높았다. 2016년 재학생 가운데 9분위 이상으로 확인된 비율이 18.0%였다. 3∼8분위인 중위소득층 비율은 16.1%, 기초∼2분위인 저소득층 비율은 11.7%로 소득 분위가 낮아질수록 학생 비율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거점 국립대는 고소득층 19.1%, 중위소득층 28.4%, 저소득층 20.1%로 비교적 고른 분포였다. 지역중심 국립대는 고소득층 13.7%, 중위소득층 33.5%, 저소득층 26.3%였다. 고소득층 비율이 저소득층의 절반 수준으로 서울 상위권 대학과 정반대 양상이었다.
고착화되는 계층 대물림
서울 상위권 대학은 9분위 이상 고소득층과 국가장학금 미신청자 비율을 합하면 70%를 넘는다. 이 비율은 2014∼2016년 유지됐다. 정부가 국가장학금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미신청자 비율이 57.3%에서 52.4%로 떨어졌지만 9분위 이상 고소득층 비율이 14.8%에서 18%로 껑충 뛰면서 상쇄했다. 거점 국립대와 지방 사립대는 40%대, 지역중심 국립대는 30%대를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를 분석해보면 국가장학금 미신청자와 고소득층이 연동된다는 점이 확인된다. 서울대 미신청자는 2014년 1만391명에서 2016년 8928명으로 1463명 감소했다. 같은 시기 9분위 이상은 1938명에서 3220명으로 1282명 늘었다.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 뒤 정부의 홍보와 대학의 독려로 신청자가 늘어나자 9분위 이상 고소득층 인원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소득 분위는 이 기간 큰 변동이 없었다.
거점 국립대에서 고소득층이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2014년 거점 국립대 재학생은 10만5512명이었는데 2016년 10만2721명으로 2791명 줄었다. 9분위 이상 인원은 같은 기간 1만4478명에서 1만9617명으로 5139명 증가했다. 재학생이 줄었는데 고소득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가장학금 미신청자가 3만5087명에서 3만988명으로 4099명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고소득층 증가폭은 두드러진다. 다른 소득 분위의 변화가 미미하기 때문에 거점 국립대에 고소득층 자녀가 유입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저소득층은 꾸준한 비율을 보였다. 서울 상위권 대학은 2014년 10.8%에서 2016년 11.7%로 약간 늘었다. 거점 국립대는 23%에서 20.1%, 지역중심 국립대는 28.4%에서 26.3%, 지방 사립대는 24.2%에서 23.7%로 큰 폭의 변화는 없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서울 상위권대 70% 이상이 부유층… ‘富=학벌’ 고착화
입력 2017-07-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