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 A마을 주민 20여명이 보험사기의 유혹에 넘어간 건 2008년이었다. 수십억원대 빚을 져 곤란해진 이들을 사채업자가 꼬드겼다. 일명 ‘나이롱환자’로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으로 빚을 갚으라는 제안이었다. 사기 수법을 소개받은 주민들은 7년 동안 사흘에 한 번꼴로 49개 병원에 돌아가며 입원, 27개 보험사에서 40억원을 타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감독 당국에 결국 2015년 덜미를 잡혔다.
나이롱환자가 늘면서 생명·장기손해보험 사기 규모가 커지고 있다. 반면 자동차보험 사기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생명·장기손해보험은 대부분 실손보험이 아닌 정액보험이다. 여러 상품에 가입해 거액의 입원보험금을 타낼 수 있어 보험사기에 취약하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보험사기 금액 가운데 생명·장기손해보험 사기 적발 금액 비중이 2014년 44.5%에서 지난해 51.6%로 뛰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 사기 비중은 50.2%에서 45.0%로 떨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CCTV와 블랙박스 설치가 늘면서 자동차보험 사기는 줄었지만 반대로 허위·과다 입원 환자는 늘었다”고 설명했다.
적발된 사례도 다양했다. 허위·과다 입원을 조장하거나 방조하는 ‘문제병원’을 일부러 찾아다니는가 하면 보험설계사가 가짜 환자를 모집해 보험금을 타낸 경우도 있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그동안 제보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보험사기 상시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감시 활동을 강화했다. 그 결과 허위·과다 입원 보험사기 혐의자 189명을 적발했다. 이들이 가로챈 보험금은 총 457억원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생명보험 사기 쑥… 차보험 사기 뚝
입력 2017-07-1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