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리플 위기인데 파업하겠다는 자동차 노조

입력 2017-07-11 17:14
국내 자동차업계가 트리플 위기를 맞고 있다. 수출·내수·생산 모두 안 좋다. 올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은 132만대로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드 영향으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는 반 토막이 났다. GM이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 시장에서 철수시키면서 한국GM은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나돌고 있다. 버팀목이었던 내수도 1년 전에 비해 4% 줄면서 증가세가 3년 만에 꺾였다. 수출과 내수가 줄다보니 상반기 전체 생산이 216만대로 7년 만에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문제는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사드 보복 철회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언제 풀릴지 요원하다. 국가 간 정쟁에 업계가 피해를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정부가 몇 달째 손놓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거론하면서 철강과 함께 자동차 부문의 불균형을 콕 찍어 얘기했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노사가 똘똘 뭉쳐 위기 극복에 매진해도 부족할 판인데 노조는 파업하겠다고 한다. 최근 3년간 2조원 적자를 낸 한국GM은 임금협상이 결렬돼 지난주 파업을 가결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도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통상적인 임금 인상과 성과급 요구 외에 65세 정년 연장,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해 일거리가 줄어들더라도 단 한 명도 내보낼 수 없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현대차는 13∼14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이 결정되면 2012년 이후 6년 연속 파업을 하게 된다.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도 24차례에 이르는 파업과 특근 거부로 14만200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3조원 이상의 손실을 냈다. 회사가 성장해야 일자리도 보전받는다. 위기 상황인데 제 밥그릇만 챙긴다면 정상에서 추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강성 노조에 휘둘려 글로벌 자동차업계 1위에서 몰락했다가 노사 협력으로 부활의 역사를 쓰고 있는 GM이 이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