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입사 1년차 휴가, 공무원 6일인데 민간회사는 ‘0’

입력 2017-07-11 05:01
올 초 중견기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A씨(25·여). 첫 휴가를 앞두고 기분이 상했다. 입사 첫해에는 사용 가능한 연차휴가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여름휴가를 가려면 내년에 발생하는 연차를 앞당겨 써야 하고, 올해 사용한 만큼 내년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A씨는 “신입사원도 한 명의 조직 구성원인데 왜 다른 기존 직원들과 달리 내년도 연차를 앞당겨 써야 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행정고시 60회로 올해부터 공직자 생활을 시작하는 B씨(29)는 상황이 좀 다르다. A씨와 달리 굳이 내년도 연차를 당겨 쓸 필요는 없다. 오는 9월 공무원으로 정식 임용되면 9일 정도 연차가 발생한다. 군대에서 1년여 복무한 기간을 근무기간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덕분에 공무원 연수 기간이 끝나고 수습으로 발령이 난 뒤 일주일 정도 휴가를 가겠다는 목표도 세울 수 있었다.

A씨와 B씨 모두 출발선은 ‘신입’이다. 하지만 휴가 앞에서는 평등하지 않다. 민간에 적용되는 법과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법이 보장하는 신입사원 휴가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10일 고용노동부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신입사원은 민간의 경우 근로기준법, 공무원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휴가를 사용한다.

근로기준법은 1년 미만 근로자에게는 연차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대신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월 1일씩 내년도에 발생할 연차를 앞당겨 쓸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1년 이상 근무자에게 발생하는 연 15일의 연차에서 차감하는 것이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은 좀 더 세분화돼 있다. 공무원 임용 후 3개월만 근무를 해도 3일의 연차가 발생하다. 6개월을 근속하면 6일이 생긴다. 남성의 경우는 더 유리하다. 군대 복무 기간도 근속 연수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가령 군대에서 2년 동안 근무했다면 해당 기간을 인정받아 임용 시점부터 12일이 더 생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여성이라도 민간직장에 다니는 A씨보다는 유리하다. 행시 52회로 경제부처에서 근무 중인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수습 중 발생한 연가와 앞당겨 쓸 수 있는 연가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조는 2002년 근로기준법 개정과 함께 정착되기 시작했다. 당시 사업체 규모에 따라 단계별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기존에 있었던 월차 개념을 삭제했다. 월차는 신입사원에게 월 1일씩의 휴가를 보장해주는 제도다. 대신 연차 기간을 좀 더 늘렸다. 1년 이상만 일하면 15일의 연차를 보장하는 식이다. 앞당겨 쓸 수 있는 분량에 제한이 없는 만큼 합리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A씨와 같은 신입사원은 여전히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나온 배경도 그래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6개월만 근무하면 연차휴가를 쓸 수 있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휴가를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신입사원 입장에서 휴가를 주더라도 쉽게 휴가를 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도 법이지만 윗분들이 연차휴가를 다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후 벌써 하루를 사용했다. 올해 남은 연차 20일도 연내 소진할 예정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