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졸음운전 사고는 일반 사고에 비해 치사율이 높고, 특히 버스가 사고를 낼 경우 인명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자발적인 안전운전을 권장하는 기존 정책에서 탈피해 각종 안전장치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신양재나들목 부근에서 7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광역버스가 2차로에서 서행 중이던 K5 승용차를 들이받으면서 차에 타고 있던 50대 부부가 현장에서 숨졌다.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속도를 줄이지 못한 버스가 옆 차로까지 침범하며 다른 차량까지 연달아 부딪쳐 16명이 다쳤다.
버스의 졸음운전 사고는 고질적이다. 지난해 7월에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졸음운전을 하던 버스 운전기사가 5중 추돌사고를 내 4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쳤다. 지난 5월에도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 인근에서도 졸음운전으로 고속버스가 스타렉스 승합차를 뒤에서 들이받아 5명이 숨졌다.
문제는 졸음운전 사고가 다른 사고에 비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2012∼2016년)간 졸음운전 사고는 2241건, 사망자는 414명으로 집계됐다. 치사율은 18.5%로 과속사고 치사율(7.8%)의 배가 넘는다.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12.2%)보다도 1.5배 높다.
정부도 지난해 봉평터널 사고 후 안전대책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해 버스나 트럭 등 대형 차량 운전기사가 4시간 연속 운전하면 최소 30분은 의무적으로 쉬도록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발생하는 졸음운전은 막기 어렵고 현실적으로 연속 운전 등에 대한 단속도 쉽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관련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이번에 사고가 난 버스의 객법률 위반 사실을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계적 장치를 통해 사고를 막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운전기사에게만 안전운전을 맡기기보다 안전장치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대표적인 안전 경고장치가 ‘차로이탈 경고장치(LDWS)’와 ‘전방추돌 경고장치(FCWS)’다. LDWS는 차량이 운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차로를 벗어났을 때 경고음 등을 통해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버스나 화물 등 모든 대형 사업용 차량에 LDWS 장착을 의무화하는 교통안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된다.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경고음을 내는 FCWS의 경우 명시적으로 규정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재정 지원을 통해 장착을 유도할 예정이다.
대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비상제동장치(AEBS)’ 장착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AEBS는 앞 차량과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장치다. 이번 경부고속도로 사고를 낸 버스가 지난해 출고, 올 초 등록된 신차임이 확인되면서 AEBS 장착 의무화 시기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부터 새로 제작하는 길이 11m 이상 승합자동차와 20t 이상 화물·특수자동차에는 의무적으로 AEBS를 장착해야 하는데 이번 사고 버스는 출고 시기가 이보다 약간 앞서 의무화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비용과 기술 문제로 기존 차량도 장착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원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교통사고의 90% 이상이 운전자 부주의로 발생하는 만큼 기존의 운전자 인식 개선 캠페인과 행정처분 강화 외에도 첨단 안전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일러스트=이은지 기자
과속운전보다 높은 졸음운전 치사율… 낮잠 자는 안전대책
입력 2017-07-1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