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野, 정권 길들이기에 몰두… 민심 못 읽고 반대만 일삼아
한 당이라도 반대하면 불가능… 4당체제, 합의도출 어려워”
청와대와 여당은 협치 실종의 근원을 정권 초 ‘샅바싸움’과 ‘다당제’에서 찾고 있다. 야당이 인사 문제를 추경안, 정부조직법 등 다른 사안과 연계하며 일종의 ‘정권 길들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청와대·여당 관계자들은 “야당이 사안별로 접근해야 국회 정체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를 유도할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교섭단체만 4당에 이르는 복잡한 원내 지형을 풀어본 경험도 없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인사를 통한 내각 구성, 일자리추경, 정부조직법은 문재인정부의 정상적 정권 이양을 위한 3대 필수 과제”라며 “지금은 정상 국가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라고 말했다. 긴 국정공백 이후 출범한 새 정부이기 때문에 야당도 협조할 건 협조해 달라는 촉구다. 청와대·여당이 현 국정 난맥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과 일맥상통한다. 야당이 민심을 못 읽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은 정권 초 워낙 중요한 사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사안별 ‘각개전투’를 유일한 해법으로 보고 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추경도 국민 70% 이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고, 정부조직법도 야당의 반발을 고려해 최소한의 안을 냈음에도 야당이 ‘무조건 몇 명은 낙마시킨다’는 마인드로 접근하니 상황이 악화되기만 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인사를 볼모로 정국을 공전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4당 체제에서 각 당의 이해관계와 주장이 상이해 원내 협상 시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너무나 어려워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 입장에선 청와대와 정부, 여당 지지층, 야3당 및 진보정당 입장까지 수렴해야 하니 일정 잡기도 어렵다”며 “시간과 공을 하염없이 들일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사청문 문제만 봐도 이른바 ‘빅3’로 일컬어진 교육부·국방부·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 정당의 낙마 주장이 서로 달랐다. 정치적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하니 공통분모를 도출하고 대응하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역시 출범 초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을 직접 방문하고 야당 원내대표들을 초청해 오찬 회동을 갖는 등 협치 노력에 부족함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각종 국정운영 지지도가 유례없는 고공행진을 하는 등 ‘민심’이 여전히 정부·여당 편이라는 믿는 구석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장은 협치가 잘 풀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야당과도 꾸준히 소통을 시도하면서 정국을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정건희 문동성 기자 moderato@kmib.co.kr
■ “文정부, 높은 지지율만 믿고 밀어붙이기식 인사 등 독주
탈원전 등 공론화 과정없는 뒤집기도 野 무시하는 것”
야당은 취임 두 달을 맞은 문재인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이 ‘협치 실종’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높은 지지율만 믿고 야당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국정을 독선적으로 운영한다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인사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야3당은 문재인정부의 이 같은 ‘밀어붙이기식 인사’를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처리 등과 연계해 강력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야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청와대가 강행할 경우 국회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정부 출범 두 달을 언급하며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독선과 독주가 인사로 드러났다”고 혹평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야당의 반대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은 인사들을 임명한 상황을 거론한 것이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약속했던 ‘공직 배제 5대 원칙’(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병역탈) 위반을 문제삼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장녀 위장전입, 김상곤 장관은 논문 표절 의혹이 인사청문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이밖에 많은 장관 후보자들이 문 대통령이 제기한 5대 원칙에 위배되는데도 별다른 설명 없이 지명됐다는 게 야당 주장이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본인 입으로 직접 약속한 원칙을 며칠 만에 위배해놓고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임명 강행을 지켜만 봐야 한다면 야당이 왜 존재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특히 일관되게 이뤄져 왔던 정부 정책을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뒤집는 양태도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탈원전 에너지 정책은 장기간 심도 있는 논의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갑자기 중단시키는 등 전형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현 정부는 여론을 믿고 야당에는 굴종만 요구하는 패권주의식 정권 운영을 하고 있다”며 “야당으로서도 선택의 폭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머리 자르기’ 등 잇따른 강성 발언도 협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그나마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에서 정부·여당에 협조적이었던 국민의당마저 추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완전히 돌아섰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도 여야는 협치를 위한 별다른 전환점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글=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사진=최종학 기자
‘협치실종’ 이유 물으니…靑·與는 “野, 몽니” vs 野는 “與, 쇼통”
입력 2017-07-1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