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정치검찰’이 문제란다.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조사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검찰과 결사항전을 벌이겠다는 태세다.
“검찰이 문재인정권에서도 정치검찰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손금주 수석대변인)
보통명사처럼 돼 버린 정치검찰 프레임을 상정하고, 그런 검찰의 ‘과잉·충성수사’에 핍박받는 야당이란 구도를 그리려는 것 같다. 그러니 한번 따져보자. 이번 사건의 시발점은 국민의당이었다. 대선 나흘을 앞두고 유력 대선 주자 아들의 취업특혜 의혹을 폭로한 게 국민의당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고발로 응수했다. 검찰 자의로 시작된 수사가 아니다. 제보 날조 사실은 당원 이유미씨가 검찰에 나가는 날 국민의당이 먼저 실토했다.
검찰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배경은 무엇인지, 실체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를 쫓았다. 이씨가 먼저 감옥으로 갔고,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이 전 최고위원이 다음 수순이었다. 검찰이 그를 네 차례나 소환한 건 관련자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오히려 신중하게 사실관계를 정돈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그가 단순히 조작을 의심하면서도 자료를 당에 전달한 수준이 아니라 그걸 뛰어넘는 적극적 가담 행위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미필적 고의’ 발언도, 국민의당의 ‘이씨 단독범행’ 발표도 수사 외적인 정치 상황일 뿐이다.
국민의당의 분노 표출은 방향이 잘못됐다. 대선 주자를 냈던 공당이라면, 거리낄 것 없이 당당하다면 먼저 진솔한 답부터 내놔야 한다. 이씨는 정말 독단으로 제보를 날조했나. 당의 검증 시스템은 무기력했나, 묵인했나. “선거는 말이야,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영화 ‘특별시민’ 대사)란 세간의 인식에 감연히 고개 저을 수 있나.
수사에 정치검찰이란 색을 덧칠한다고 해도 국민의당의 민얼굴을 가리기엔 늦었다. 지금은 11일 이 전 최고위원 구속 여부에 대한 법원 판단을 기다릴 때다.
지호일 사회부 blue51@kmib.co.kr
[현장기자-지호일] 제보 수사까지 ‘정치검찰’ 탓하나
입력 2017-07-10 18:57 수정 2017-07-10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