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72)씨는 지난달 8일 생면부지의 50대 남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이씨는 “같이 술을 마시자”며 쫓아오는 남성을 뿌리치고 마을버스에 올랐지만, 가해 남성은 버스에까지 쫓아 들어와 이씨를 폭행했다. 이씨는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씨는 사건 당일 평소와 다름없이 종묘에서 지인과 만난 뒤 오후 9시쯤 양재역을 빠져나왔다. 양재역에서 집까지는 마을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였다. 가해자 조모(58)씨를 만난 건 양재역 5번 출구를 지나 마을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술을 먹자고 추근거렸지만 이씨는 이를 뿌리쳤다. 그러나 조씨는 이씨를 따라 마을버스까지 올라타며 그의 목과 머리 부분을 양 팔로 눌러 짓이겼다. 마을버스 기사가 경찰에 신고하는 동안 잠시 행동을 멈추는가 싶었지만 조씨는 다시 이씨에게 달려들어 계속해서 머리를 짓눌렀다.
이 때문에 이씨는 흉추 골절 및 탈구, 척수 완전 손상, 하반신 마비의 중상을 입었다.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된 이씨는 앞으로 걸을 수 없다는 사실에 자포자기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야 가해자의 성이 조씨고, 직업이 서초동 모 초등학교 행정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안 이씨는 조씨를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원망하며 “(생면부지의) 길 가는 사람을 이렇게까지 만들어 놓느냐”며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1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달 23일 중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술을 마신 상태였으며 정확한 경위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사건 인사이드] 생면부지 70대 노인에 ‘묻지마 폭행’… 하반신 마비 중상 입힌 50대 공무원
입력 2017-07-1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