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휴업 국회, 두 달 내내 ‘청문회 전쟁’… 법안은 쟁점조차 안됐다
입력 2017-07-11 05:00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달 동안 국회는 끊임없이 대립하고 공전했다. 여야가 치열하게 다퉜던 사안들을 보면, 교육 개혁이나 검찰 개혁 등 핵심 주제들과 관련한 쟁점 법안이 아니었다.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주요 이슈였다. ‘인사청문회→야당 반대→대통령 임명→국회 파행’이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여야는 이 과정에서 서로의 발언을 문제 삼거나 다른 현안과 연계 처리를 주장했고,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됐다.
국회 파행의 가장 큰 이유는 문재인정부 1기 내각 인선이었다. 지난 5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 이 총리 지명 철회를 요구했던 한국당은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자 여야정협의체와 국회의장 주재 4당 원내대표 정례회동 불참을 선언했다. 여당의 설득 끝에 6월 5일 여야정협의체 실무단계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됐으나, 이런저런 다툼으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6월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하자, 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야 3당 모두 6월 14일 예정됐던 인사청문회에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6월 18일 야 3당의 집중 공격을 받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임명했고, 야 3당은 추가경정예산안 논의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를 모두 거부했다. 이 와중에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 문제가 여야 간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출석하라”는 주장과 “지금 출석할 수 없다”는 반박이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었던 셈이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6월 27일 ‘국회 정상화 합의문’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국회 정상화 유효기간은 일주일에 불과했다.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임명하자, 바른정당이 추경 심사 대열에서 이탈했다. 국민의당도 6일 ‘문준용 제보 조작’ 파문과 관련한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이 터져 나오자,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야 3당은 10일 “문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두 달이 흘렀지만, 국회의 행태는 별로 변한 게 없다.
국회 파행으로 문재인정부 조각이 늦어지면서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국민일보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입법 제안한 법률 건수는 ‘해양조사와 해양정보의 활용에 관한 법률’ 등 10건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도 법률 개정보다는 일종의 행정명령인 업무지시나 시행령 개정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2주 동안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시작으로 4대강 사업 정책 감사 등 여섯 차례 업무지시를 내렸다. 청와대는 새 정부 내각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과도기적 조치로 업무지시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일방적으로 하달되는 업무지시가 시스템에 의한 국정 운영을 방해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일을 급하게 처리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