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천재’ 김행직, 생애 첫 월드컵 제패

입력 2017-07-10 18:54 수정 2017-07-10 21:27
김행직(왼쪽)이 10일(한국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열린 2017 포르투 세계3쿠션당구월드컵 결승전에서 베트남의 응우엔 꾸억 응우엔과 함께 선공을 정하는 뱅킹을 하고 있다. 코줌코리아 제공

‘당구 천재’ 김행직(25·LG유플러스)이 세계 당구의 1인자로 우뚝 올라섰다.

김행직은 10일(한국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열린 2017 포르투 세계3쿠션당구월드컵 결승전에서 응우엔 꾸억 응우엔(베트남)을 23이닝 만에 40대 34로 꺾고 우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 주도권을 쥐고 앞서나간 김행직은 전반전 막판 흔들리면서 18-20으로 뒤진 채 휴식시간을 맞이했다. 후반전 집중력을 발휘한 김행직은 다시 몰아치기 시작, 점수차를 벌리며 40점 고지에 먼저 올라 우승을 확정했다.

김행직은 한국 당구계에서 일찍부터 주목받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는 당구의 길을 걸으며 매번 ‘최초’ 및 ‘최연소’의 기록을 새기곤 했다. 당구장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통해 어렸을 적 자연스럽게 큐를 잡은 김행직은 2007년 한국 당구 사상 최초로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010∼2012년 3연속 우승을 비롯, 총 4번이나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을 제패했다.

또 김행직은 한국 선수 최초로 2011년 꿈의 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 1부리그 호스터 에크에 입단했다. 이런 그의 이력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뛴 축구선수 손흥민을 떠올리게 해 김행직은 ‘당구계의 손흥민’으로 불리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빼어난 실력을 선보인 김행직은 병역을 마치기 위해 2013년 귀국했다.

전역 후에도 김행직의 실력은 여전했다. 그는 23세이던 2015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최연소 우승 및 최연소 국내 랭킹 1위 타이틀을 차지했다. 같은 해 4월 이집트 룩소르 월드컵에서는 2위에 올랐다. 지난해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에서는 준우승을 거뒀다. 김행직의 천재성을 눈여겨본 LG유플러스는 2015년 12월말 3년간의 후원협약을 맺었다. 김행직은 대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국내 최초의 당구 선수다.

김행직은 주니어,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데 이어 월드컵 우승컵마저 들어올리며 세계당구계에 본인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이날 우승 직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김행직은 4계단 상승한 5위에 올랐다.

한편 김행직의 동생 김태관도 2015년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 우승을 거머쥐어 형제가 주니어선수권을 제패한 진기록을 쓰기도 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