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TV 여행 프로그램이 ‘여행의 맛’을 돋우고 있다. 여행에 음악이나 지식을 결합한 경우다. 휴가철을 맞아 여행지를 한창 물색하는 시간.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은 정보 뿐만 아니라 사전 답사하는 기분도 들게 한다. 해외 패키지여행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해외 여행지를 비교하는 것도 있다.
JTBC ‘비긴어게인’(연출 오윤환)은 버스킹(busking·거리 공연)을 통해 여행의 낭만과 모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소라 윤도현 유희열 노홍철 4명으로 구성된 밴드 ‘비긴 어스(Begin Us)’는 음악영화 ‘원스(Once)’의 배경이 됐던 나라 아일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윤도현은 카페 창가에 앉아 2000년 밴드가 해체됐다가 ‘너를 보내고’란 곡이 인기를 끌면서 다시 멤버들이 모인 얘기를 들려준다. 이소라가 숙소에서 “난 남자친구에게 관심 없어. 그런 게 다 덧없다”고 하자 유희열은 “그래서 오랫동안 (누나에게) 음악이 안 나온 걸 수도 있어”라고 솔직담백한 대화를 이어간다. ‘비긴 어스’는 함께 얘기를 나누며 자유롭게 공연한다.
노홍철은 사람들이 별로 모이지 않는 쓸쓸한 버스킹 광경을 보다 울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이들은 프로. 윤도현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사람은 없고. …나는 그 분위기 자체가 좋다”고 하고 이소라도 “우리가 이렇게 같이 하는 게 좋다. …혼자라면 못했을 텐데”라고 말한다. 이국에서 듣는 윤도현과 이소라의 목소리는 더욱 감미롭다. 오는 16일엔 아일랜드 마지막 버스킹이 방송된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연출 나영석·이하 알쓸신잡)은 유시민 정재승 김영하 황교익 유희열 5명이 국내 여행 중 방대한 지식을 쏟아내면서 과연 잡학박사들의 유쾌한 수다여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알쓸신잡 출연진은 지난 7일 방송에서 충남 부여·공주, 세종을 방문했다. 백마강에서 유람선을 탄 유시민은 “백제의 의자왕이 삼천궁녀를 거느렸다는 것은 역사적 근거가 전혀 없는 얘기인데도 사실인 것처럼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하는 교과서박물관, 정재승은 공룡박물관을 소개한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으로 무장한 출연진은 ‘알아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14일엔 춘천편이 방송된다.
JTBC ‘뭉치면 뜬다’(연출 성치경)와 KBS2 ‘배틀트립’(연출 손지원)은 여러 해외 여행지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뭉치면 뜬다’는 김용만 정형돈 등이 패키지 여행객들과 함께 해외 여행지를 도는 프로그램이다. 패키지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준다. 11일엔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부부들을 따라나선다.
지난해 4월 처음 방송된 ‘배틀트립’은 두 팀이 각각 다른 여행지로 떠나 비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8일에는 가수 케이윌과 이현이 경유지로 독일을 선택했다. 둘은 뮌헨에서 여러 맥주를 마시고 축구장을 관람하는 등 알찬 계획을 실천했다. 15일엔 탤런트 김소은 조보아가 간 폴란드와 헝가리 편이 방송된다.
KBS1 ‘걸어서 세계속으로’(연출 오성민)는 장수 여행프로그램이다. 홈페이지(travel.kbs.co.kr)의 다양한 여행정보는 덤이다. 지난 11년 7개월 동안 143개 나라 1339개 도시를 소개했다. 지난 8일엔 사이판 등이 있는 태평양 북마리아나제도를 보여줬다. 풍경이 화면의 주(主)를 차지하기 때문에 여행지에 간 기분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과 함께라면 TV속으로 휴가를 가도 될 듯하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여행 프로의 변신… 여름 휴가, TV 속으로 떠나볼까
입력 2017-07-1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