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 호령하는 비메모리 시장 잡아라”…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전문社 떴다

입력 2017-07-10 19:40 수정 2017-07-10 21:46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비메모리 사업 강화에 나선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부터 각종 센서에 이르기까지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를 가리킨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 많고 미래 성장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메모리쪽에서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메모리 반도체는 한 업체가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하는 경우가 많지만 비메모리 반도체는 설계만 하는 ‘팹리스’ 업체와 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로 나뉜다. 퀄컴, ARM 등이 대표적인 팹리스 업체다.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이 전면에 등장하면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569억 달러(약 65조4000억원) 규모인 파운드리 시장은 연평균 7.8%씩 성장해 2021년에는 8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전문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아이씨를 공식 출범한다고 10일 밝혔다. SK하이닉스에서 비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앞으로 회사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비메모리 분야로 영역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파운드리 회사 설립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 회사에서 만드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디스플레이 구동칩, 전력관리 반도체(PMIC) 그리고 카메라 모듈에 들어가는 시모스 이미지 센서(CIS) 등 3가지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성장성과 연속성이 높은 분야를 선택해 기술력 고도화에 집중하고 이른 시간 내에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5월 반도체·부품(DS)부문 산하에 파운드리 사업부를 신설했다. 같은 달 미국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을 개최하고 2020년까지 4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앞선 미세화 공정을 바탕으로 퀄컴 스냅드래곤을 비롯해 엔비디아와 AMD 등의 GPU(그래픽 처리장치)도 파운드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비메모리 분야에서 국내 업체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IHS 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파운드리 분야 1위는 대만 TSMC로 점유율은 50.6%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7.9%로 4위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대만, 미국 등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다. 상위 5위권 업체 중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대만(TSMC, UMC), 미국(글로벌파운드리), 중국(SMIC)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한국에 내준 대만 등 중화권 업체들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보해야 미래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