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경제대국 中 눈치보느라 인권문제 침묵

입력 2017-07-11 05:03
사진=AP뉴시스

중국의 인권 문제에 서방이 침묵하고 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지난 7∼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의 인권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됐다. 류샤오보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된 뒤 “죽어도 서방에서 치료를 받겠다”며 해외 치료를 요구했다. 중국 당국은 거부했다. 국제기자연맹(IFJ)은 류샤오보 부부의 해외 출국을 요구하며 전 세계 기자들에게 G20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류샤오보 문제를 질문하라고 촉구까지 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축구와 판다로 우의를 다졌을 뿐, 류샤오보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서방 정상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서방 지도자들은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지도자를 화나게 하는 대신 입에 버튼을 채우고 무역과 양자관계에 집중했다”면서 “중국의 인권 탄압에 길을 열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서방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고 중국도 귀를 기울였다. 1989년 천안문 시위의 배후로 지목된 우주물리학자 팡리즈는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압력으로 베이징 미국대사관에 13개월 동안 피신할 수 있었고 결국 미국 망명에 성공했다. 중국 반체제 인사 웨이징성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요구로 1997년 석방 후 추방돼 미국에 안착했다. 팡리즈 피신을 도운 중국 전문가 페리 링크는 “최근 중국 정부에 대한 서방의 압력 효과는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눈치를 보는 이유는 중국의 경제력 때문이다. 영국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 스티브 창 소장은 “중국 경제의 규모와 그에 따른 중요성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이 중국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데 훨씬 조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의 심각한 인권탄압 상황을 비판하는 유럽연합(EU) 성명서는 그리스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이 무산됐다. 중국은 막대한 투자로 국가적 파산 위기에 놓인 그리스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또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최근 류샤오보 거취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지만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노르웨이는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 6년간 경제 보복을 받았고, 지난해 12월에야 관계가 정상화됐다.

미국이나 독일 등 강대국도 북한 핵문제와 기후변화,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중국 키신저재단의 로버트 달리는 “(국제사회로부터) 존경받지 않더라도 투자나 원조 등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중국의 자기 확신이 더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중국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가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 강하게 문제 제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인권운동가 후자는 “문화대혁명이라는 광풍 속에서도 인권은 살아남았다”면서 “중국의 진정한 사회개혁은 인민으로부터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