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축구 세레소 오사카는 지난 시즌 J2리그(2부 리그) 소속이었다. 이번 시즌 J1리그(1부 리그)로 승격한 오사카의 목표는 1부 리그 잔류였다. 하지만 전반기가 끝난 11일 현재 오사카는 11승5무2패(승점 38)로 선두에 올라 있다.
또 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12경기 연속 무패(11승1무) 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쓰라린 실패를 남기고 지난 1월 오사카 사령탑에 오른 ‘꾀돌이’ 윤정환 감독은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일까.
오사카가 J1리그 1위에 오른 것은 2005년 이후 무려 12년 만이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다 전력 강화도 이뤄지지 않은 오사카가 돌풍을 일으키자 일본 언론은 앞다퉈 윤 감독의 리더십을 조명하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최근 “윤 감독은 선수들의 장점과 능력을 꼼꼼하게 파악해 기용한다. 그게 오사카가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다”라고 전했다.
윤 감독은 수비를 앞세운 ‘실리 축구’를 하고 있다. 공수 밸런스가 매우 안정적인 오사카는 18경기에서 35골(득점 2위)을 넣는 동안 16골(최소 실점 3위)을 내줬다. 윤 감독은 부임 직후 동계훈련 때부터 선수들의 나약한 정신력을 개조하고 내부 경쟁 체제를 세웠다. 과감한 실험도 눈길을 끈다.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 가즈야 야마무라를 공격수로 전향시켰다. 가즈야는 7골을 넣어 득점 공동 5위를 달리고 있다. 17세인 유스팀 소속 아유무 세코를 출전시키는 등 팀의 미래를 위한 장기 플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윤 감독이 J리그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1년 J2리그 사간 도스의 정식 감독으로 부임해 그해 팀의 창단 첫 1부 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2014년엔 사간 도스를 J1리그 선두로 이끌었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8월에 돌연 퇴임했다.
일본에서의 성공신화를 쓴 윤 감독은 2014년 12월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팬들의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예상 외로 윤 감독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울산은 2015 시즌 7위에 그쳐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했고, 2016 시즌엔 4위를 기록했다.
우선 9년간 일본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했던 윤 감독은 K리그에 대해 너무 몰랐다. J리그 팀들은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를 지향하면서 경기를 풀어 나간다. 반면 K리그 팀들은 빠르고 압박과 몸싸움에 능하다. 윤 감독은 사간 도스 사령탑 시절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의 ‘K리그 스타일’로 파란을 일으키긴 했지만 본토 K리그에선 통하지 않았다.
수비지향 축구에 대한 안팎의 비판도 윤 감독을 힘들게 했다. 윤 감독은 울산에서 고전하면서도 ‘수비를 하지 않는 팀은 질 수밖에 없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울산의 트레이드마크인 철퇴 축구를 버리고 재미없는 수비 축구를 한다’는 비난을 계속 받으며 리더십이 흔들렸고 결국 지난해 11월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일본과 한국에서 성공과 실패를 맛보며 윤정환 축구는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지금의 오사카는 ‘상대가 몸서리칠 정도로 집요한 근성의 축구’라는 팀 컬러를 보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만년 하위팀 레스터시티가 2015-2016 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동화를 썼던 것처럼 오사카도 이번 시즌 ‘J리그판 동화’를 쓸 수 있을까.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승격팀을 선두로… 윤정환, 또 J리그 매직
입력 2017-07-11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