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밀어붙이기식 ‘脫원전’으로 갈등 부추겨서야

입력 2017-07-10 17:46
정부의 탈원전 후폭풍이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물산·두산중공업 등 원전(原電) 신고리 5, 6호기 시공업체들은 정부의 공사 일시 중단 방침에 대해 법적 근거를 따지며 반발했다. 공사 중단에 따른 구체적인 보상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앞으로 법적 다툼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르면 11일 이사회를 갖고 공사 중단 안건을 의결한다는 방침이어서 탈원전 부작용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수원 노조는 정부와 이사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태세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탈원전 문제가 우리 사회 갈등의 핵심 기제로 떠오른다는 점이다. 원전은 저비용 고효율 에너지라는 순기능과 가공할 만한 폭발력의 연료라는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지녔다. 값싸고 깨끗한 원료를 쓰려면 위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상당한 비용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전문가의 과학과 국민의 감시를 통해 이 둘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이 민주적 공론화 과정이다. 그런 까닭에 원전 정책은 다른 에너지에 비해 훨씬 심사숙고해야 하고 반드시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그렇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탈원전을 천명한데 이어 관련 부처 장관 후보에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를 지명했다. 공론 절차라고 내놓은 것은 비전문가 중심의 3개월짜리 배심원단이었다. 원자력 전문가를 비롯, 수백명의 교수들은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상당수 언론이 부당성을 따졌다. 온 나라가 원전이냐 탈원전이냐를 둘러싸고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 둘은 어느 일방을 절대선, 절대악의 가치로 판단할 수 없는 사안임에도 어느새 분열을 촉발, 증폭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가스업계가 원자력계를 죽이려는 시도라는 등 루머가 나돌고 있다. 원전을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의 이념 잣대까지 들이댄다.

정부의 역할 중 하나는 나뉜 여론을 통합시키는 것이다. 새 정부는 역방향이다.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을 밀어붙여 민심을 가른다. 여론을 수렴하기는커녕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정부는 일방통행식 탈원전을 일단 중단하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 지 면밀해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