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와 여당이 꼬인 정국 해법 제시하라

입력 2017-07-10 17:46
여야 4당 원내대표가 10일 정세균 국회의장실에서 만났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추가경정예산 심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는 야3당이 모두 불참했다. 6월 임시국회에 이어 7월 임시국회마저 제대로 열리지 못하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해 국회에 계류된 법안 6000여건은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게 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도 지나지 않아 협치는커녕 기본적인 대화조차 실종된 것이다. 국회에서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태의연한 여야의 싸움이 되풀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80%에 육박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청와대는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반대 여론을 야당의 몽니로만 치부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방위산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송 후보자에게 국방 개혁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기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조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직무와 관련된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해를 구하겠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이 끝나고 문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내 길만 간다’는 정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에 시달리던 민주당이 갑자기 여야 갈등의 원인제공자 노릇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굳이 여소야대를 말하지 않더라도 과거 불통 정치를 답습하는 모습은 실망을 줄 뿐이다. 국회의장-원내대표 정례 회동이 끝난 뒤 야당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오늘도 민주당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갔다. 여당이 무기력하다”고 비난했을 정도다. 청와대가 꼬인 정국을 풀고 협상 분위기를 만들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겠다는 태도로는 청와대 출장소에서 벗어나겠다는 대선 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 앞서 야당 대표들을 먼저 만났다. 취임사에서는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다”고 했다. 불과 2개월 전 취임식에서 제시한 바로 그 국정철학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이 꼬인 정국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야당의 발목잡기가 지나치더라도 인내하며 대안을 찾아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물론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속 시원한 해법이 있을 리 없다. 그렇지만 국회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거침없이 표출돼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을 주고 저것을 받는 협상을 야합이나 변절이라는 말로 폄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야당의 반대가 터무니없다며 발끈해서는 협치라는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