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인사청문회, 법적 구속력 없어 ‘한계’

입력 2017-07-11 05:00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들이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의 공정성을 높이고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해 잇따라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인 뒷받침이 부족해 반쪽짜리 제도에 머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대구시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광주, 대전, 경기, 강원, 전남, 경북, 제주 등 9곳의 광역지자체가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상태다. 지난달엔 대구시와 대구시의회가 광역자치단체 중 10번째로 인사청문회를 도입해 오는 13일 첫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일부 기초단체에서도 인사청문회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인사청문회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근거가 상위법인 지방공기업법과 지방자치법 등에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재로서는 조례 제정이 불가능하다.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은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다.

전북도의회는 일찌감치 2003년에 인사청문회 관련 조례를 제정했지만 당시 도지사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04년 대법원은 조례에 대해 상위 법령에 규정된 단체장의 임명권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광주시 역시 2012년 관련 조례를 시의회가 의결했지만 당시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가 조례안이 위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안행부가 승소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현재 지방의회와 협약을 통해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제도의 취지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최근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대구의 경우 첫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가 청문회 참석을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단독 후보였던 홍승활 전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이 갑자기 청문회 참석 거부 뜻을 밝혀 인사청문회 개최가 불투명해지자 대구시와 시의회까지 나서 홍 전 사장을 설득하는 일이 벌어졌다. 광주에서도 시 집행부와 시의회간 의견 충돌 등으로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구시의회 관계자는 “현재로선 단체장이 바뀌어 인사청문회를 거부해도 막을 방법이 없고 의회의 결정을 지자체장이 거부하거나 청문회 후보자가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아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상위법령이 마련돼 조례가 제정되는 등의 제도보완이 없으면 지자체의 인사청문회가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