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아무리 많이 해도 부족… 기도의 본질 회복이 올해 소명”

입력 2017-07-11 00:03
서울 금란교회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5대 담임인 김정민 목사는 9일 인터뷰에서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중랑구 망우로 금란교회 전경.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금란교회(김정민 목사)가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금란교회는 1957년 당시 경기도 양주군 구리면 망우리(현 서울 망우동)에서 전도를 시작해 복음의 씨를 뿌렸고 이듬해 망우리 금란동산에서 창립예배를 드렸다. ‘금란’이란 교회 이름은 김활란 박사가 57년 이화여대 교직원과 학생들로 구성된 ‘금란전도대’를 조직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전도를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교회는 구령열(救靈熱)과 기도를 바탕으로 복음의 근본을 중시해왔다.

2008년 5대 담임으로 취임한 김정민(44) 목사는 올해로 목회 10년째를 맞았다. 그는 지난해부터 ‘선교적 교회’를 천명하며 교회의 체질 변화에 힘쓰고 있다. 올해엔 ‘본질을 회복하는 교회’를 목표로 내걸고 매주 설교에서 이를 강조하고 있다. 김 목사는 그동안 외부 활동 없이 조용한 가운데 목회활동에 전념해왔다.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한 것은 김 목사 취임 후 처음이다.

9일 서울 중랑구 교회 담임목사실에서 만난 그는 “교회와 하나님만 드러나길 바란다”며 자신을 낮췄다.

-담임목사 10년 사역에서 배운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도의 능력을 배웠다. 부끄럽지만 이전에는 정해진 기도 분량을 채우면 만족했었다. 그러나 목회 현장에서 기도는 아무리 많이 해도 부족했다. 기도 없이는 사명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10년은 주님 은혜의 시간이었다.”

-금란교회는 증인 공동체와 선교적 교회를 표방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증인된 성도들은 교회에 모일 뿐 아니라 삶 속으로 흩어진다. 교회는 성도들이 삶 속에서 증인으로 살아가도록 양육하고 훈련한다. 선교적 교회는 단순히 선교를 많이 하는 교회가 아니라 신자들이 각자 삶의 자리에서 선교사로 사는 것을 뜻한다. 선교적 교회는 그런 증인들이 모인 증인 공동체다.”

-선교적 교회를 향한 구체적 계획은 무엇인가.

“선교적 교회로 가기 위해서는 성도들의 합의가 중요하다. 금란교회는 대교구를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단순한 개명이 아니다. 선교적 교회로서 10개의 공동체가 교회 안의 작은 교회들로 세워지며 공동체별로 선교지를 정해 후원하고 기도제목을 나누는 ‘보내는 선교사’의 사명을 포함한다. 성도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외부적으로는 금란선교콘퍼런스(KMC) 같은 집회들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본질 회복을 올해 표어로 내걸었다. 스스로를 포함해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은 어떤 점에서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은 모든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심장 속에 뜨겁게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기도해야 한다. 기도하는 한, 교회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그런 점에서 회복해야 할 본질은 기도다. 목회자들은 초심을 회복해야 한다. 익숙함은 나태를 만든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이 걸어가셨던 길을 걸어야 한다. 저는 그저 잠시 세상에 머무는 동안 주님의 부르심에 따라 충성하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한국교회에는 대형교회를 향한 기대와 비판이 존재한다. 금란교회 역시 대형교회다.

“교회의 크기와 상관없이 교회는 부흥해야 하며 영혼구원에 힘쓰고 기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회의 크고 작음을 세상적 성공과 실패처럼 여긴다면 교회는 존재목적을 상실한 것이다. 하나님이 찾으시는 교회는 크기와 전혀 상관이 없다. 대형교회는 어쩔 수 없이 주목받게 돼 있다. 그럼에도 대형교회의 역할은 특별하지 않다. 복음을 선포하고 진리를 지킨다. 이에 더해 사회적 약자나 미자립교회를 위해 나눔과 섬김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낸 것 같다. 자신의 목회 스타일과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렸을 때부터 보고 배워온 습관은 기도였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즐겁고 기쁠 때 항상 무릎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을 배웠다. 기도 없이는 단 하루도 사명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깨닫는다. 제겐 평생 기도제목이 있다.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가 되게 해달라는 간구다.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유명한 목사가 되게 해달라거나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목사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해본 적이 없다. 그저 주님 마음에 합한 자가 되고 싶을 뿐이다. 지난 10년간은 성도들을 섬기는 담임목사의 본질에 충실하고 싶었다. 그래서 겉으로 조용하게 보였을 것이다. 워낙 부족한 사람이다. 복음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고 싶지 않다.”

■ 금란교회 ‘선교적 교회’ 사역
교회·선교지·삶의 세 영역에서 선교적 사명 다한다

금란교회가 추구하는 선교적 교회는 세 영역에서의 선교적 삶을 지향한다. 교회 영역, 선교지 영역, 삶의 영역이다. 교회 영역은 예배 공동체의 사명을 감당하며, 선교지 영역에서는 세상으로 보냄을 받은 선교 공동체의 사명을 감당한다. 삶의 영역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증인의 사명을 감당한다.

지난달 20∼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금란선교콘퍼런스(KMC)는 선교지 영역의 첫 해외 사역이었다. 콘퍼런스는 현장 선교사들을 섬기기 위해 마련했다. 올해는 필리핀 현지에서 활동 중인 선교사 300여명을 초청해 ‘본질을 회복하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금란교회는 KMC를 해마다 열기로 했다.

김정민 목사는 “KMC는 쉼·회복·사명·본질·하나됨이라는 5대 비전을 갖고 개최됐다”며 “영적 전투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선교사들이 영적, 육적으로 쉼을 얻을 뿐 아니라 선교 사명의 본질을 회복해 끝까지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교회의 첫 선교 콘퍼런스를 필리핀에서 개최한 것은 필리핀의 위치가 선교적으로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남부 지역 국가들의 이슬람화가 동쪽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필리핀이 이를 저지하는 중요한 방어벽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로마가톨릭이 강세인 필리핀에서 ‘오직 성경’에 입각한 개신교 복음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필리핀은 한국 선교사들이 2000명 넘게 파송돼 있지만 복음화율은 아직 저조한 편이다. 주요 도시를 벗어난 외곽에는 아직도 교회가 없는 곳이 많다.

김 목사는 “많은 선교사들이 지쳐가고 있다. 심지어 선교적 사명의 본질이 흐려져 필리핀을 떠난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이대로 가면 이슬람 확산의 방어벽 역할을 하고 있는 필리핀의 선교 전선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글=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