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그동안 공급에만 치중… 수요관리가 더 중요”

입력 2017-07-10 21:43
지난 6일 집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성과와 경험이 에너지전환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다고 본다”면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새정부에서 서울시모델이 확산모델로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제공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에너지전환 실험이라고 할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곳이 기후환경본부다. 황보연 기후환경본부장은 지난 6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원전하나줄이기를 에너지 수요관리 사업으로 정의하면서 “그동안 우리는 에너지 공급관리에만 치중했다. 그러나 수요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요관리, 특히 피크 관리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강원도 가는 길이 막힌다고 도로를 늘리기만 해야 되겠느냐? 평소 막히는 것도 아니고 주말에만 막히는데. GPS 정보를 이용해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강원도 가는 길 정체가 많이 해소됐다. 전기도 그래야 한다. 겁을 먹고 계속 공급을 늘릴 게 아니라 전기 사용을 분산시키고 피크 때는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황 본부장은 근래 각 가정들에 퍼지고 있는 전기조리도구인 인덕션을 한 예로 들었다.

“인덕션은 대표적인 전기 과소비 제품이다. 정부가 개입해서 전기 소모가 많은 제품은 아주 비싸게 팔도록 해야 한다. 인덕션도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만 팔도록 하면 전기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에너지 효율이 낮은 제품도 인정해 주고 있다. 그렇게 수요관리를 안 하면서 전기가 모자라니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는 얘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것도 있지만 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화하는 사업”이라며 “건물에너지효율화, LED조명 교체 등은 굉장히 효과가 좋다. 정부가 이를 법제화한다면 전기 소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에너지전환 선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원전과 석탄화력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너무 늦었다. 다른 나라는 이미 다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크게 우려할 것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너무 쉽고 익숙한 길을 고집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원전이나 석탄화력이 발전비용만 보자면 싸지만 환경비용이나 퇴출비용까지 계산하면 결코 싸지 않다”고 말했다.

“원전 한 기 퇴출비용이 수십조에 이른다. 석탄화력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들이 집집마다 공기청정기 들여놓고 마스크 사서 쓰면서 비용을 치르고 있다. 그런 비용들을 발전가격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정부나 국민들이 다 부담해온 것이다. 그러면서 원전이나 화력발전이 싸다고 얘기해온 것이다.”

그는 “지난 정부가 친환경에너지나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고사작전을 폈다”는 얘기도 했다. 국내 발전설비 시설용량은 석탄화력 35%, 원전 22%, LNG 30%, 신재생에너지 13%이지만, 실제 발전용량을 보면 석탄화력이 45%, 원전이 31%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LNG는 20% 안팎, 신재생에너지는 5%에 불과하다. 그는 “석탄과 원전이 비용이 워낙 싸니까 LNG와 신재생에너지는 시장경쟁력이 없어서 가동을 다 못 하는 상황”이라며 “친환경인 LNG발전소만 당장 풀가동시켜도 석탄화력발전소 10개는 닫아도 된다”고 했다.

황 본부장은 또 “서울시는 지난 5년간의 원전하나줄이기 실험을 통해 대도시에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새정부가 옳은 방향을 잡은 만큼 우리나라도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전환을 이뤄가야지 이걸 가지고 반대하는 건 소모적이고 퇴행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정부는 에너지정책을 산업정책에 종속시켜 왔다”면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고 발전비용에 환경비용을 내재화하는 등 에너지 관련 세제를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