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88% “걸으면서 흡연 못하게 하자”

입력 2017-07-09 21:31
중3 학생이 제안한 ‘보행 중 흡연 금지’ 아이디어가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서울시 정책으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7∼8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2017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에서 시민이 제안한 정책의제 5개를 놓고 시민, 공무원, 전문가 등이 투표를 진행한 결과 ‘보행 중 흡연금지와 금연 거리 확대’가 88.23%의 찬성을 얻었다고 9일 밝혔다.

이 정책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든 어른의 손이 어린아이 얼굴에 가까워 위험해 보인다며 송시우(16)군이 제안한 것이다. 서울시는 “8일 정책박람회 현장 토론에서 보행 중 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 피해와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금연거리 확대 시 어린이 놀이터, 어린이집 근처, 주택가 창문 아래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5∼6월 한 달간 시민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모집해 175건을 접수했고, 그 중 위원회 논의를 통해 5가지 정책의제를 선정해 시민 투표에 부쳤다. 투표에는 온라인 사전투표 1만2000여명, 거리 투표 2000여명, 8일 정책박람회 현장 투표 250여명 등 1만4000여명이 참가했다. 서울시는 온라인투표 4, 현장투표 4, 거리투표 2의 비율로 결과를 합산했다.

5개 정책의제 중 ‘아기가 태어난 가정에 산모와 아기에게 필요한 생활용품 키트를 지원할까요?’(찬성 81.57%)와 ‘누구나 정기적으로 마음 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지원 제도가 필요할까요?’(찬성 82.19%)도 시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반려 동물을 위한 공영 장례시설(화장장이나 수목장)이 필요할까요?’나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가구에 교통비 지원 제도가 필요할까요?’는 찬성이 각각 54.27%, 44.23%에 그쳤다.

서울시는 시민 투표에서 지지를 받은 정책의제들을 대상으로 100일 후 서울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보고하는 ‘100일 후 포스트 정책박람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박람회에서 논의된 의제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이 함께 해야 하는 제안이므로 중앙정부에도 적극 건의하고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함께서울 정책박람회에서는 ‘국민이 선택한 서울의 5대 혁신정책’도 발표됐다. 지난 5년간 서울시가 추진한 혁신정책 중 21개 사업을 뽑아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결과다. 총 6611명이 투표해 ‘서울시 대기질 개선 10대 과제 추진’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을 1·2위로 뽑았다. 그 다음으로는 ‘저소득층 청소녀 생리대 등 성·건강지원사업’ ‘서울시민안전파수꾼’ ‘청년수당’ 순이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