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진술 위주서 증거 중심으로 바뀐다… ‘문무일 구상’

입력 2017-07-10 05:00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사진) 검찰총장 후보자가 ‘진술’에서 ‘증거’로 검찰 수사 무게 중심을 옮기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문답식 진술조서 작성에 힘을 쏟는 관행에서 벗어나 물증 확보와 이를 통한 객관적 사건 재구성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문 후보자가 표방하고 있는 ‘인권 검찰’과도 맥이 닿아 있다.

9일 검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 후보자는 20일로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방향의 수사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의 제도 개혁 요구에 적절히 대응을 하되 내부적으로도 시대 상황에 맞춰 수사 관행 등을 바꿔야 한다는 게 문 후보자의 인식이다. 피고인·참고인이 법정에 나가 부인하면 증거능력이 날아가 버리는 진술을 받으려 장시간 묻고 기록하는 방식은 수명이 다 돼간다는 뜻이다. 그는 청문회 준비팀에도 “한국에서만 유독 문답식 진술조서에 치우진 수사가 많다. 범행의 목적, 고의 여부 등 진술 외에 규명할 방법이 없는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비(非)진술 증거 수집을 통한 수사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고 한다.

문 후보자는 지난해 부산고검장 시절 ‘바르고 효율적인 검찰제도 정립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진술증거 수집 방법 관련 연구를 했다.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에게 몇 가지 개혁방안이 보고됐으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보류됐다고 한다. 증거수집에 대한 문제의식은 문 후보자의 경력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2004∼2007년 대검찰청 특별수사지원과장과 과학수사2담당관 등을 거치면서 증거 중심의 과학수사 시스템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4년 베테랑 수사관, 특채 공인회계사 등으로 전문 회계분석팀을 구성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뇌물사건 수사에 최초로 투입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2006년 6월 정보보호심포지엄에 패널로 나가 외국산에 의존하던 디지털 포렌식(증거분석) 장비 및 프로그램의 국내 개발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 다음 달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 건립 발표 때는 “황우석 교수 사건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외환은행 매각 등도 모두 디지털 증거 확보가 사건의 열쇠였다. 디지털포렌식은 수사의 필수 과정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문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취임하면 문답식 조서 대신 물증을 중심으로 한 조사 시범실시를 검토 중이다. 임기 중 장단점 분석과 보완을 거쳐 제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조서 작성 등 조사방식 선진화에 대한 문 후보자의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