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주도권은 확보, 사드·위안부는 숙제로…文대통령 ‘G20 성적표’

입력 2017-07-10 05: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문화공연에서 옆자리에 선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꼭 잡고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한 손으로는 문 대통령 손등을 세 차례 두드리는 등 친밀감을 한껏 과시했고 문 대통령은 웃음으로 답했다. 뒷자리에 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붉은 원)이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유튜브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다자 정상외교 데뷔전이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기조를 재확인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한·일, 한·미·일, 한·중, 한·러 정상회담 등 주요국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한반도 문제가 심각하고 시급한 현안이라는 공동의 인식도 도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선 적지 않은 시각차도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우선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3각 안보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첫 시동을 걸었다. 포괄적 전략동맹 관계인 한·미 양자는 물론 한·미·일 3국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에 더욱 엄정히 대처하기로 한 점은 고무적이다. 9개월의 정상외교 공백을 딛고 북핵 문제에 입체적인 공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특히 북핵 해결에 있어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확인한 것은 외교적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북핵 문제와 관련한 한·미·일 공조 강화는 중국과의 확연한 이견 노정으로 이어졌다. 한·미·일 3국은 중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지만 중국은 북한과의 ‘혈맹 관계’를 들며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미국의 노골적인 압력을 순순하게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한 협력 강화 수준에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중국, 러시아와는 ‘북핵 불용’ ‘긴밀한 협력’이라는 대전제만 확인했을 뿐 실질적이고 미세한 해법을 찾지는 못한 셈이다.

중국, 일본과는 각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 발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다만 양자 간 가장 첨예한 현안인 사드(THAAD), 위안부 합의 이행에 대해선 서로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국은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고수했고, 일본 역시 위안부 합의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 사안은 민감한 데다 주변국과의 이해도 얽혀 있어 문재인정부의 장기간 외교 난제로 남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물론 한·일, 한·중 정상이 첫 만남에서 확전을 자제하고 해결 의지를 드러낸 것만으로 의미를 두는 시각도 있다. 한·중은 향후 고위급 채널을 가동해 이른바 ‘이견이 있는 부분(사드)’에 대해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일본과는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중단된 셔틀외교를 복원했다.

문 대통령은 다자외교 무대에서도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당부하는 데 집중했다. 독일 프랑스 인도 등 주요국 정상과 회담을 갖고 국제기구 수장을 면담하면서 외교 다변화의 기틀도 다졌다. 문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 배격, 기후변화협약 준수 등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글로벌 이슈에 기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천명한 한반도 평화구상은 북핵 해결 및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북한은 여전히 “핵은 미국과 풀 문제”라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핵 문제의 본질도 모르고 끼어들 자격도 없는 남조선 집권자는 정세 흐름의 본질을 똑똑히 알고 덤벼야 한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이 결실을 맺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