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 대물림 억제… 상속·증여세 신고 공제율 대폭 낮춘다

입력 2017-07-10 05:01



문재인정부 출범에 맞춰 정부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이 경제성장을 위한 친기업적 세제지원에서 대기업·고소득층의 과세 정상화로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방향에 맞춰 상속·증여세 과세 정상화 등을 담은 올해 세제개편안을 다음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국세기본법 개정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2014년부터 향후 5년간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담은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중장기 계획)’을 매년 발표하고 있다.

2014∼2016년 박근혜정부의 중장기 계획을 보면 정부의 조세 정책은 성장잠재력 확충으로 세수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통일 등 중장기적 지출 증가 예상에 따른 세수확보를 세율 인상 등 직접적 조세정책보다는 경제 성장을 위한 세제지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식이었다.

기재부는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법인세 인하 검토, 상속·증여세제 완화, 부동산세 완화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런 정책이 필요한 근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해 법인세 실효세율이 대기업 위주로 상승했다거나 상속·증여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15년 중장기 계획에는 “고령화 진전으로 구조적인 소비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로의 부의 이전이 필요하다”며 상속·증여세 완화 기조를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대선공약은 기존 중장기 계획과 180도 다른 방향이다. 조세제도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조세정의 실현을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새정부는 공약을 통해 중장기 계획 기조와 달리 대기업 법인세 부담을 늘리고, 상속·증여세 부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조변석개(朝變夕改)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새로 짜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9일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새 정부 공약과 동떨어진 계획을 내놓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세정책의 일관성 및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 정권 교체 몇 달 만에 바뀌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조세개혁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올해 세제개편안에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등을 통한 미세조정 위주의 세제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기재부는 공약에 맞춰 상속·증여세를 제때 신고만하면 일률적으로 신고세액의 7%를 공제해주는 상속·증여세액공제율을 3%로 낮출 예정이다. 소득세 최고세율(40%) 과세표준 기준을 현행 5억원 초과 고소득자에서 ‘3억원 초과’ 등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대기업 위주로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연구·개발 세액공제제도는 축소될 전망이다.

반면 일자리 창출 기업과 서민·영세업자에 대한 세제지원은 확대된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확대된다. 김동연 부총리는 최근 이와 관련, “지원 기간을 1년에서 더 늘리고 금액도 확대하며, 대상도 중견기업까지 적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역시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청년고용증대세제도 연장, 확대될 전망이다. 이 제도는 청년 정규직 근로자(15∼29세)를 전년보다 더 고용한 기업에 1인당 300만∼1000만원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다. 청년층뿐 아니라 30대 이상 연령층을 고용한 기업에도 세제혜택이 돌아갈 공산이 크다.

월세세액공제율은 현행 10%에서 12%로 오르고, 일하는 저소득층에 지원되는 근로장려세제(EITC)도 확대된다.

세종=이성규 정현수 기자 zhibago@kmib.co.kr, 일러스트=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