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넘게 살아야 하는데, 20년 남짓 정규직으로 일할 뿐이다. 이마저도 청년실업과 조기퇴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고 있으며,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은퇴 준비는 더더욱 언감생심이다.
때문에 정부의 금융정책과 감독, 세제혜택 및 금융사 운영전략 등이 모두 노후준비라는 대명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 설치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금융연구원 연태훈 선임연구위원은 9일 ‘노후대비 중심의 금융환경 구축’ 보고서를 통해 “노후대비를 중심으로 금융환경이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연 위원은 우선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한국의 급속한 고령화를 걱정했다. 통계청 생명표를 근거로 2015년 출생한 아이의 기대수명이 남자는 79.0년 여자는 85.2년에 이르는 데 반해 합계출산율은 1.24명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했다.
연 위원은 이어 은퇴 준비가 어려운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특성으로 청년실업과 조기퇴직을 꼽았다. 그는 “장기 근속하는 직장을 기준으로 30대 전후 취업해 50대 초반 퇴직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퇴직 후에도 자영업 진출이나 재취업을 통해 일을 하지만, 소득 수준이나 생존율 차원에서 노후대비의 근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연 위원은 먼저 노후대비 상품에 대해 일반 금융상품보다 강화된 수탁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고령층의 은퇴 대비 투자와 저축 상품에 대해 자문·판매·운용하는 금융기관의 의무를 강화한 ‘투자자문 윤리법(Fiduciary Rule)’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오는 26일부터 확대되는 자영업자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으며, 취약계층의 연금투자 때 매칭펀드를 도입해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중구난방인 세제혜택을 노후대비 상품 중심으로 일괄 재편하고, 금융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가계부채 문제처럼 국민 노후대비 문제도 범정부 차원의 논의를 거쳐 정년 연장 등 종합 대책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금융정책·稅制 패러다임 ‘노후대비’로 바꿔야”
입력 2017-07-09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