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던 허철선(Charles Betts Huntley) 선교사가 지난달 26일 미국에서 소천했다. 향년 81세.
허 선교사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으로 재직하며 부상당한 시민들과 참혹한 현장을 촬영해 자신의 사택 지하 암실에서 인화한 뒤 미국으로 보냈다. 신문기자 출신이었던 아내 허마르다(Martha Huntley) 선교사와 함께 남장로교 월간지인 ‘더 프레스비테리안 서베이’ 등에 글을 기고하며 생생한 현장을 전달했다. 검문을 피해 비밀리에 미국과 해외에 광주의 참상을 전하던 그는 1984년 이 사실을 알게 된 한국 정부로부터 추방당했다.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개인과 단체를 시상하는 ㈔오월어머니집(관장 노영숙)은 올해 제11회 오월어머니회상 수상자로 허 선교사를 선정했다. 광주시는 지금도 허 선교사 사택과 암실을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9일 광주 남구 백서로 광주수피아여고에서 진행된 추모예배에는 차종순 전 호남신대 총장, 홍장희(광주 예수사랑교회) 목사, 노영숙 오월어머니집 관장 등 광주 지역 교계 인사들이 참석해 고인의 삶을 추모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 6일 광주 양림동 사택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윤 시장은 조전에서 “허 선교사의 헌신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올곧게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광주시가 허 선교사의 인류애와 용기를 잊지 않고 세계를 품는 평화 공동체를 구현하는 일에 앞장 설 것”이라고 전했다.
193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태어난 허 선교사는 버지니아주 유니온신학교에서 신학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국 남장로교회 한국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1965년 9월 한국에 도착해 69년부터 84년까지 광주선교부에서 선교사로 사역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5·18 민주화운동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
입력 2017-07-10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