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연약해도 예수 자녀로 세상 이길 것

입력 2017-07-10 00:00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는 홍원기군(가운데)이 9일 경기도 남양주 예수길벗교회에서 같은 질환을 가진 동갑내기 미구엘군(왼쪽)과 3년 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생면부지의 한국인들이 아들 미구엘과 자신을 축복하는 찬양을 부르자 마그다(45·여)씨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콜롬비아에서 온 모자(母子)가 9일 예배를 드린 곳은 경기도 남양주시 경강로 예수길벗교회(이호훈 목사). 미구엘의 친구 홍원기군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다.

열두 살 동갑내기인 두 소년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2500만 분의 1의 확률로 나타나는 희귀질환인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는 것. 인지발달 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어린나이에 노인과 유사한 신체변화가 나타난다. 현재 뚜렷한 치료법은 없다.

이날 예배당 앞에는 스페인어로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라는 말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찬송을 부를 때는 전면 스크린에 역시 스페인어로 번역된 가사가 표기됐다. 세심한 배려에 마그다씨는 연신 감사를 표했다.

이호훈 목사는 ‘결국에는’(롬 8:28)을 제목으로 한 설교에서 “아무리 작고 연약해도 결국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자녀로 세상을 이기고, 선을 이룰 것”이라고 권면했다. 성도들은 미구엘과 원기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건네며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미구엘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원기와 미구엘은 3년 만에 재회했다. 원기의 부모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 하던 중 2014년 미국 보스턴의 조로증 연구센터와 연락이 닿았고, 임상시험 참여를 위해 원기를 데리고 건너갔다. 그곳에서 역시 시험에 참여하기 위해 온 미구엘을 처음 만났다. 아이들은 숙소에서 비디오게임을 하며 금방 친해졌다. 부모들 역시 동질감에 서로를 격려하며 가까워졌다. 동일한 신앙을 갖고 있다는 점도 두 가족의 유대감을 강하게 했다. 콜롬비아의 경우 전 국민의 90%가 가톨릭 신자이지만 마그다씨와 미구엘은 개신교 신자다.

임상시험 일정이 끝나 각자 나라로 돌아왔지만 아이들은 서로를 그리워했다. 원기의 아버지 홍성원(41) 목사는 “원기는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친구를 보고 위안을 얻었다. 미구엘이 잘 지내는지 늘 궁금해 했다”며 “둘을 다시 만나게 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는데 하나님이 도움의 손길을 허락하셔서 만남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마침 원기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인 크라우드 펀딩업체 ‘쉐어앤케어’의 후원을 받아 지난 7일 미구엘과 마그다씨를 한국으로 초청할 수 있었다. 원기와 미구엘은 이달 말까지 제주도 등 국내 곳곳을 다니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홍 목사는 “남들보다 훨씬 빠른 시간을 사는 아이들이 건강할 때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그다씨는 “아이가 아픈 것은 분명 괴로운 일이지만 미구엘의 엄마가 된 것은 내게 큰 복이다. 원기의 부모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이 아이들을 허락하신 뜻이 무엇인지 늘 되새기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남양주=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