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무더위도 두렵지 않다. 시네필(Cinephile·영화광)이라면 아마도 이 계절을 손꼽아 기다려 왔을지도. 7∼8월 특별한 영화 축제들이 펼쳐진다. 평소 대중적인 상업영화에 가려졌던 장르·뮤지컬·음악영화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아시아 대표 장르영화제로 자리 잡은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가장 먼저 관객을 맞는다. 오는 13∼23일 경기도 부천시 일대에서 개최되는 올해 BIFAN의 슬로건은 ‘영화로 기억되는 영화제’.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판타스틱 장르의 외연을 확대해 시대를 반영하는 도전적인 영화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올해는 전 세계 58개국 작품 289편이 상영된다. 관객의 선택을 돕기 위해 마니아층을 위한 ‘레드’와 가볍게 도전해볼 수 있는 ‘블루’로 장르를 구분했다. 개막작에 선정된 신하균·도경수 주연의 ‘7호실’(감독 이용승)은 일찌감치 매진사례를 이뤘다. 폐막작은 일본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은혼’(감독 후쿠다 유이치)이다.
한국영화 특별전으로는 올해 데뷔 20년을 맞은 배우 전도연의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와 한국 독립영화계를 이끈 고(故) 홍기선 감독의 특별전 ‘현실을 넘어선 영화: 홍기선’이 마련됐다. ‘밀양’의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 ‘옥자’의 봉준호 감독 등은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여한다. 배우 남궁민 차인표 조은지 등은 단편작 감독 자격으로 부천을 찾는다.
올해 2회째인 충무로 뮤지컬 영화제(CHIMFF 2017)는 오는 21∼30일 서울 충무아트센터·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메가박스 동대문점 등에서 진행된다. 개·폐막작은 ‘시카고’(1927)와 ‘레미제라블: 25주년 특별 콘서트’(2010). 총 8개 섹션 31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라이브 공연, 야외 플래시몹 등 퍼포먼스도 펼쳐진다.
브로드웨이의 전설 밥 포시(1927∼1987)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올 댓 포시’, 전 세계 뮤지컬 및 공연예술 관련 신작영화를 선보이는 ‘더 쇼’, 하나의 뮤지컬을 영화와 공연 실황으로 즐기는 ‘트윈 픽스’, 영화를 관람하며 관객과 함께 노래 부르는 ‘싱얼롱’, 뮤지컬영화 사전제작지원작을 상영하는 ‘탤런트 M&M’ 등 섹션이 눈길을 끈다.
영화와 음악이 어우러진 ‘휴양 영화제’를 표방한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는 오는 8월 10∼15일 충북 제천시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라라랜드’ 등 음악영화 열풍을 타고 역대 최다 편수를 기록했다. 음악다큐 292편(국내 25편·국외 267편), 극영화 1109편(국내 49편·국외 1060편) 등 총 1401편이 출품됐다.
영화 상영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 행사가 준비됐다. 쟁쟁한 뮤지션 10팀의 공연으로 이뤄지는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영화관 옆 미술관’ 등 프로그램이 마련돼 영화제를 찾는 이들의 흥을 돋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부천 찍고 충무로·제천까지… 한여름 달구는 영화제3
입력 2017-07-10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