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준서 영장 청구로 최대 위기 맞은 국민의당

입력 2017-07-09 17:33
검찰이 9일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적용했다. 당원 이유미씨의 제보가 조작 가능성이 있음에도 검증을 소홀히 한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씨 단독 범행이라는 국민의당 자체 조사 결과와 상이하다. 검찰은 대선 당시 공명선거추진단 인사들의 관련 여부를 모두 들여다볼 계획이다. 윗선 개입 여부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당은 즉각 “검찰이 문재인 정권에서도 정치 검찰로 전락했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주장한 ‘미필적 고의’ ‘머리 자르기’라는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전체를 조직범죄 집단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협치는 끝났다며 ‘국정은 협치’라고 적혀 있는 당사 현수막도 철거키로 했다.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간과하는 게 있다. 제보를 조작한 것도, 허술하게 검증한 것 모두 국민의당 책임이다. 본말이 전도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당이 지난 3일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당시 이를 신뢰한 국민은 거의 없었다. 적어도 허술한 검증과 발표 과정에 누군가가 개입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기에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영장 청구도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는 아무도 없다. 이 전 최고위원과의 통화 사실이 드러난 박지원 전 대표는 “기억이 없다”고만 한다. 이 전 최고위원 및 이씨와 가까운 사이였던 안철수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과 당에 정말 죄송한 일이 발생했다”는 말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달했을 뿐이다.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일각에선 당의 존폐까지 거론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선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나서야 할 때가 됐다. 안 전 대표는 알았든 몰랐던 대선후보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는 게 도리다. 입장 표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허위 녹취록 발표에 연루된 관계자들도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는 게 우선이다. 어찌 보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