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존 로스 ‘선교 루트’ 老목회자들이 찾아나선 까닭은

입력 2017-07-10 00:00 수정 2017-07-16 11:22
북한교회연구원장 유관지 목사가 지난달 28일 북한 접경지역인 중국 단둥의 호산장성 봉화대에 올라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유 목사 뒤로 압록강 지류와 함께 북한 땅 의주 지역이 보인다.

“저기 양 갈래 길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독립운동가들의 거처로 알려진 ‘외양자 마을’이 나오고, 왼쪽으로 직진하면 우리가 찾는 ‘이양자 마을’이 나와요.”

지난달 27일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양쯔(樣子)구의 이양자 마을로 향하는 산길. 일명 ‘빵차’로 불리는 소형 승합차 안에서 북한교회연구원장인 유관지(73) 목사의 눈과 입은 쉴 새가 없었습니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이덕주)가 마련한 ‘존 로스 선교사 루트(route) 답사’ 팀원들을 위해 역사의 현장 구석구석을 되도록 많이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선양(瀋陽)과 단둥(丹東), 지안 등 북한과 중국의 접경 지역을 여러 차례 답사했던 유 목사는 사실 이번 답사 대신 ‘천국’에 갈 뻔했습니다. 올 초 폐렴 증세로 입원했다가 증상 악화로 20일 넘게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심장 기능까지 문제가 생겨 ‘인공심장박동기’까지 가슴 안에 이식하셨답니다.

답사 사흘째 되는 날, 유 목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단둥의 호산장성(고구려 박작성) 봉화대에 두 발로 올랐습니다. 압록강 너머 희미하게 드러난 의주 땅을 한참 동안 응시하던 그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유 목사 외에도 존 로스 루트 답사엔 특별한 이들이 동행했습니다. 재외교포 출신의 한 목사는 인도적 대북지원 사역을 10년째 묵묵히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130여년 전 한국을 향한 존 로스의 복음 전파 사역의 ‘최종 목적지’를 어디로 삼아야 할지를 일깨워줬습니다.

지난달 30일은 장애란(65·여) 권사가 40년간 몸담았던 한 사회복지기관에서 정년퇴임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장 권사는 정년퇴임식 대신 존 로스 사역지 답사를 선택했습니다. 한평생 일터에서 쏟아 부었던 열정을 내려놓으면서 130여년 전 존 로스가 한국을 향해 쏟아 부었던 선교 열정을 찾아 나선 겁니다.

중국 선교사였던 존 로스가 어떻게 한국을 알게 되고 한국인과 함께 한글성경까지 번역해 출판했을까. 그 열정은 도대체 어디에서 샘솟았을까. 답사 여정 내내 품었던 질문입니다. 참가자들이 존 로스의 담대한 선교 열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 한 가지는 바로 변치 않는 ‘복음의 힘’이었습니다.

지안·단둥=글·사진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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