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최고령 기록’ 남기고 멈춘 ‘적토마’… LG 이병규 은퇴식

입력 2017-07-09 19:31 수정 2017-07-09 21:52
LG 트윈스의 이병규(오른쪽 두 번째)가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앞서 가진 자신의 은퇴식에서 부인 류재희씨, 아들 승민, 승언군(왼쪽부터)과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잠실벌을 거침없이 달리던 ‘적토마’가 질주를 멈췄다.

LG 트윈스의 이병규(43)는 9일 잠실구장에서 공식 은퇴식을 갖고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LG는 그의 등번호 9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LG의 영구결번은 ‘노송’ 김용수(41번)에 이은 두 번째이자 야수 중 처음이다.

단국대를 졸업한 이병규는 1997년 LG에 1차 지명으로 입단, 지난해까지 17시즌 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활약했다. 통산 174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11, 2043안타, 161홈런, 972타점을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뛴 2007∼2009년을 제외하고는 LG에서만 뛴 원팀맨이다.

이병규는 데뷔 시즌인 97년 126경기에서 151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0.305, 7홈런, 69타점, 23도루, 82득점의 성적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이후 통산 7번이나 골든글러브(외야수 6회, 지명타자 1회)를 수상하며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다. 2년차엔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으며 주춤했지만 3년차였던 99년 192개의 안타를 쳐 최다안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그해 30개의 홈런과 31개의 도루를 기록하고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선수 최초로 ‘30-30 클럽’에 가입했다. 2005년엔 0.337의 타율을 기록, 타격왕에 올랐다.

2006 시즌을 마친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병규는 2007년 일본프로야구로 건너가 주니치 드래곤즈의 일본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는 일본 생활을 마친 후 2010년 친정 LG로 복귀했다. 2013년엔 타율 0.348을 기록하며 최고령 타격왕이 됐다. 또 같은 해 7월 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전에서는 최고령 사이클링히트(만 38세 8개월 10일) 기록을 세웠다.

2014년 5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이병규는 당시 역대 최소경기인 1653경기 만에 2000안타를 달성했다. 단일팀에서 뛰며 2000안타를 달성한 선수는 이병규가 최초였다.

하지만 2014년에 타율 0.251에 그치면서 하락세를 그렸고 이후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지난해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10월 8일 두산 베어스전에 출전, 한 차례 타석에 서 안타를 친 것이 그의 마지막 현역 시절 모습이 됐다.

이날 이병규는 은퇴식에 앞서 열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6년 역사의 한국프로야구에서 13번째 영구결번이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영광이다. 우리 후배들이 잘해줘서 LG가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