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반려견 주인과 비(非)견주 사이의 갈등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울 도봉구 주택가에서 맹견 두 마리가 대문 밖으로 나와 행인을 덮치면서 중상을 입혔다. 같은 달 27일 전북 군산에서도 대형 견이 지나가던 초등학생을 물어 개 주인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실제로 개에 물리는 사고는 몇 년 새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개에 물리는 사고는 2011년 245건에서 2015년 1488건으로 늘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개를 데리고 외출할 경우 반드시 목줄을 채워야 한다. 맹견인 경우 입마개까지 씌워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견주들이 적지 않다. 2년째 소형견을 키우고 있는 이모(25·여)씨는 “산책 나갈 때 목줄을 채우고는 있지만 목줄을 풀어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이해가 간다”며 “그때만이라도 자유롭게 뛰어놀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목줄 풀린 개’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서울 서초구 구민체육센터 옆 공터에 설치된 반려견 놀이터가 개장도 못하고 철거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반려견 놀이터는 개들이 목줄을 풀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반대 측 주민들은 구민체육센터 인근인 놀이터 위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체육센터를 오가는 노인과 아이들이 많은 만큼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견에게 물리는 사고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결국 서초구는 22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만든 반려견 놀이터를 철거했다.
개 주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놀이터에 울타리가 설치돼 있는데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중형견을 키운다는 한 서초구민은 “규율을 지키지 않는 견주들을 적발해 엄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시키는 게 나은 방안 아니냐”며 “개장 전 몇몇의 우려로 인한 철거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민원을 넣었다. 서초구는 “반려견 보호자와 비견주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견주와 비견주의 상생을 위해 개가 뛰어놀 전용공간을 따로 마련해주는 동시에 이외 공간에서는 철저히 목줄을 착용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개에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으니 일반적으로는 목줄을 하고 다녀야 하지만 동물복지를 위해서는 분리된 전용공간 설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많이 기르는 해외의 경우 이 같은 공간이 보편적으로 마련돼 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는 개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운동장(Dog Run) 137곳이 설치돼 있다. 개가 문 밖으로 달아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운동장 입구는 이중문으로 만들었다.
반면 서울에는 같은 목적의 반려견 놀이터가 4곳에 불과하다. 서울시에서 마포구 월드컵공원과 동작구 보라매공원,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3곳을 마련했고 관악구도 자체적으로 작은 놀이터를 한 곳 운영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사육 인구가 1000만명으로 추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수요에 비해 적은 편이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흡연구역을 만듦으로써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줄이는 것처럼 반려견이 목줄을 풀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면 그 외 공간에서는 당연히 목줄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임주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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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목줄 풀린 개’ 공포 확산… 곳곳서 견주-非견주 갈등
입력 2017-07-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