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無·논란多 속 여배우·다양성영화 반짝 [상반기 결산]

입력 2017-07-10 00:01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공조’ ‘더 킹’ ‘옥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극 중 장면들. 각 영화사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 ‘악녀’ ‘노무현입니다’ ‘용순’의 극 중 장면들. 각 영화사 제공
상반기 영화계는 쏠림이 크지 않았다. ‘1000만 영화’가 탄생하지 못한 대신 다양한 작품이 고른 주목을 받았다. 여배우가 극의 중심으로 나선 영화나 독특한 소재를 개성 있게 풀어낸 다양성영화의 약진이 눈에 띈다. 작품 외적으로 불거진 각종 논란들은 영화계를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다.

상반기 최고 흥행작은 현빈·유해진의 콤비 플레이가 돋보인 ‘공조’(누적 관객수 781만명)다. 조인성·정우성 주연의 ‘더 킹’(530만명)이 그 뒤를 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외화가 강세를 보였다. ‘미녀와 야수’(513만명)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365만명) ‘너의 이름은.’(365만명) ‘미이라’(361만명) 등이 흥행 상위권에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1∼6월 총 누적 관객수(약 9728만명) 가운데 한국영화 점유율은 42.4%(약 4161만명)에 그쳤다. 이병헌 주연의 ‘싱글라이더’, 고수의 ‘루시드 드림’, 최민식의 ‘특별시민’, 설경구의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정재의 ‘대립군’ 등 국내 정상급 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영화들이 잇따른 성적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 5월 열린 제70회 칸영화제는 무려 다섯 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돼 이목을 모았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홍상수 감독의 ‘그 후’는 경쟁 부문에, 정병길 감독의 ‘악녀’,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홍상수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는 비경쟁 부문에 각각 포함됐다.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됐다. 영화제 초청 타이틀이 흥행에도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영화 자체보다는 작품 외적인 논란에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옥자’는 상영방식 문제로 칸 현지 반발을 산 데 이어 국내 3대 극장사들과의 갈등을 빚었다. 홍 감독과 배우 김민희의 불륜 스캔들은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작품 공개 때마다 계속해서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불한당’의 변 감독은 SNS 막말 논란으로 애써 만든 영화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다.

흥행과 별개로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김하늘은 ‘여교사’에서 세밀한 감정연기를 선보였고, 김윤진은 ‘시간위의 집’에서 노역 분장을 감수한 열연을 펼쳤으며, 김옥빈은 ‘악녀’에서 대역도 마다한 고난도 액션연기를 직접 소화했다. 아역배우 안서현은 ‘옥자’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훌륭히 완수해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감독 홍상수)로 제67회 베를린영화제를 찾은 김민희는 한국배우 최초로 은곰상(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다양성영화의 존재감도 상당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꼬집은 ‘눈길’, 한국 파견 선교사 서서평의 실화를 다룬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 사춘기 소녀의 성장담을 그린 ‘용순’ 등이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문라이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등 제89회 아카데미 수상작들도 관심을 끌었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소재는 한층 다양해졌다. 18대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파헤친 ‘더 플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다룬 ‘파란나비 효과’ 등이 스크린에 걸렸다. 특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2년 국민참여경선 과정을 담은 ‘노무현입니다’는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5월 25일 개봉한 영화는 세 달째 장기상영되면서 누적 관객수 183만명을 불러 모았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