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 천명에도 불구하고 대북 압박과 제재를 둘러싼 한국 미국 일본과 북한 중국 러시아의 대립 구도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핵 해법을 놓고 이어져왔던 ‘3대 3’ 구도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현실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핵심은 북핵 및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6개국의 근본적 시각 차이에 있다. 한·미·일 3국은 일단 북한을 변화의 길로 이끌기 위해선 북한이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통 인식을 갖고 있다.
한·미·일 3국 정상은 6일 밤(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만찬회동에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앞으로 더욱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신속히 도출하자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북한의 ICBM에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는 미국은 독자적으로 대북 군사행동 및 대중국 교역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반면 한·미·일 3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에 미온적인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그 양태가 더욱 과격해졌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중국에만 역할을 떠넘기지 말라”고 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 압박 기조에 불쾌감을 느낀다는 의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북핵 문제는 매우 예민한 문제다. 자제력을 잃지 말고, 매우 신중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북핵 문제는 대화를 통해 단계적이고 포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핵·북한 문제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대립이 심화될 경우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험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구상의 핵심 전제조건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핵 포기를 위한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압박과 제재가 필수적이지만 중국, 러시아가 계속 미온적으로 나올 경우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편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오는 11∼12일 싱가포르에서 북한의 ‘화성 14형’ 발사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베를린 구상’ 실현 녹록지 않다
입력 2017-07-0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