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촘촘한 돈줄… 대북 제재는 두더지잡기 게임”

입력 2017-07-08 05:00
홍콩 반환 20주년을 기념해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호가 7일 처음으로 홍콩항에 입항하고 있다. 랴오닝호와 휘하의 함정 3척은 7일부터 11일까지 홍콩항에 정박할 예정이며 8일과 9일에는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 항모 공개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AP뉴시스

20년 넘게 계속된 제재 조치에도 북한이 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세계 각국과 여전히 탄탄하게 외교관계를 지속하며 ‘돈줄’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하고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으로 외국과 수교관계를 유지하며 ‘돈 버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엮어온 점을 지목했다. 미국의 북한문제 전문가 포럼인 전미북한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은 여전히 전 세계 164개국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47개국에는 대사관도 두고 있다.

북한이 가장 크게 의존하는 나라는 단연 전체 교역량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이지만, 시리아와 쿠바 등 반미(反美) 노선 국가들과도 특히 친밀해 이들 국가로부터 핵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재료 등을 저렴하게 수입해 왔다.

북한은 중동 국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건설 노동자를 파견해 이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핵·미사일 개발비용으로 충당했고, 아프리카 국가들과는 재래식 무기와 군사훈련 장비 등을 주고받았다. 인도 역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북한의 교역 상대국이고 러시아는 교역을 통해 석유제품을 확보할 수 있는 또 다른 통로였다.

해외교역 분야에서도 북한은 금융·상업거래에서부터 강점을 지닌 무기판매와 과학 훈련, 기념물 건축, 식당 운영에 이르기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방면에서 광범위한 ‘사업 수완’을 발휘해 왔다. 그만큼 단속할 분야가 많아 국제사회가 제재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웠다. 더욱이 대북 제재는 마찬가지로 핵 개발을 추진한 이란의 경우처럼 광범위하고 엄정하게 시행되지 않고 느슨했다는 평가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유엔과 미국 주도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도 북한의 돈줄이 마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을 지낸 데이비드 코헨도 “북한은 제재를 쉽게 빠져나갔으며 이런 정황은 특히 이란과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전방위 제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WSJ는 북한에 대한 제재가 한 군데를 때리면 다른 데서 또 튀어나오는 ‘두더지 잡기 게임(game of Whac-A-Mole)’과 같다며 북한이 해외 교역활동을 교묘하게 위장해 단속이 특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북한 회사로 보이는 이름을 숨겨 한국 업체인 양 영업하거나 아예 위장기업을 통해 해외 교역을 시도하는 일도 흔하다. WSJ는 “북한이 생각보다 훨씬 적응력이 뛰어나고 새로운 제재에도 빨리 적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북한은 해외 파견 근로자들의 임금까지 착복하기 때문에 북한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확실히 끊기 위해서는 근로자 해외 파견이나 식당 운영 등을 통한 자금 유입까지 차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 정부가 북한과 거래한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에 나서고 국제사회에 북한 정권과의 교류 중단을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