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분기 최대 실적] 반도체·스마트폰·가전 ‘포트폴리오의 힘’

입력 2017-07-07 17:57 수정 2017-07-07 21:35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회사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2분기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서영희 기자
삼성전자가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선제적 투자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IT 기업 중 유일하게 부품과 완제품을 동시에 만드는 회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부품(DS), IT·모바일(IM), 소비자가전(CE) 등 3개 사업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주력 사업이 하나면 경기에 따라 심하게 흔들릴 수 있지만 다양한 사업부문을 갖춘 삼성전자는 큰 기복 없이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14년까지는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덕분에 IM부문이 실적을 주도했고 2015년 이후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하자 DS부문이 선두에 서서 이끌어가게 됐다. 올해 2분기에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스마트폰 사업 회복이 맞물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게 됐다.

3∼5년 후를 내다본 선제적 투자도 주효했다. 반도체는 대규모 선행 투자가 중요하다. 하지만 미래 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를 결정하는 건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 플래시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상하고 일찌감치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2014년 중국 시안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했고 2015년 5월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를 건설키로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10억 달러 이상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슈퍼 사이클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중국 시안에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고 평택에도 추가 생산 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 4일에는 향후 5년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3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올해 3분기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갤럭시 노트8이 3분기부터 판매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8월 중순 미국 뉴욕에서 노트8을 공개하고 9월 초부터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노트7 단종으로 노트 시리즈 잠재 수요가 상당한 상황이라 큰 변수가 없다면 흥행에는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트8 성과에 따라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15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고 실적을 달성했지만 삼성전자에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급변하는 IT 업계의 특성상 앞으로 5년 후의 상황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미지수다. 최근 경쟁 업체들이 잇달아 낸드 플래시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 수년 안에 공급 과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 1038억 달러, 2018년 1070억 달러를 기록한 후 2019년에는 997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2009년 1분기 반도체 분야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시장 상황에 따라 반도체 사업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삼성전자로선 향후 5∼10년 이후 먹거리를 지금부터 찾아서 투자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리더십 부재 상황을 겪고 있는 터라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D램, 낸드 플래시처럼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추가 투자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지난해 전장업체 ‘하만’ 인수처럼 신규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대형 인수·합병(M&A)이나 투자를 하는 것은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없으면 어렵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 그리고 최근엔 유럽 기업들도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올 때 순간 방심하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