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 위독… 추락하는 중국의 평판

입력 2017-07-08 05:00
지난달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병원에서 입원 중인 류샤오보에게 부인 류샤가 음식을 떠먹이는 모습. 미국의소리 방송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보석으로 풀려난 중국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61)의 임종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별세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이 확산되는 것은 물론, ‘인권 탄압국’이라는 중국의 오명(汚名)이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류샤오보를 치료해온 랴오닝성 선양의 중국의대 제1병원은 7일 환자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항암제 사용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의료진이 가족에게 류샤오보의 사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류샤오보의 친구인 시인 예두는 “조만간 친구를 잃을 것 같다”면서 “배에 찬 물을 제거한 뒤 몸 상태가 좋아졌다가 5일부터 급격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류샤오보는 해외에서 치료받게 해달라는 가족과 국제사회의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마지막까지 당국의 감시하에 눈을 감을 가능성이 커졌다.

류샤오보는 중국의 민주주의 및 인권 탄압을 상징해온 인물이다. 지린성 장춘에서 태어난 그는 베이징사범대에서 중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하와이주립대학 등에서 방문교수를 지내며 반체제 운동에 눈뜨게 됐다.

류샤오보는 33세이던 1989년 6월 천안문 민주화 운동이 발생하자 급거 귀국해 시위를 주도했다. 시위 지도부 4인방 중 한 명이던 그는 중국 당국이 무력진압에 나서자 시위대에 탱크에 맞서지 말고 해산하라고 지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그는 결국 체제전복 혐의로 체포돼 2년간 수감됐고 이때부터 체포와 감금을 반복적으로 당했다. 그는 해외에서 여러 차례 망명 제안을 받았지만, “중국 내에 머물면서 반체제 운동을 벌여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매번 거절했다.

그가 장기복역에 들어가게 된 것은 2008년 12월 세계 인권의 날에 발표한 ‘08헌장’ 때문이다. 08헌장에는 다당제와 입헌제, 인권 보장 등의 요구가 담겼었다. 이에 당국은 그를 체포했고 이듬해 체제전복 혐의로 징역 11년형에 처했다. 류샤오보는 수감 중이던 2010년 “비폭력 저항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해외 언론들은 시상식장의 ‘빈 의자’ 사진을 보도함으로써 중국 당국의 부당한 처사를 고발했다.

류샤오보가 사망하면 중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권 탄압 이미지가 더욱 확산돼 국제적 위상이 크게 실추될 전망이다. 비록 세상을 떠나게 되지만, 그의 죽음은 중국의 인권이 개선되는 자양분으로 오래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