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남북 정상회담 의지 드러내

입력 2017-07-06 21:33 수정 2017-07-06 23:05

문재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언급함으로써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두 전직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전환점을 만들어냈듯, 자신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직접 대화해 한반도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고도화된 상황에서 곧바로 정상회담을 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우선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여야만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7년 10·4 정상선언은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 등 비핵화 합의가 이행 단계로 접어든 뒤에야 성사될 수 있었다. 2000년 6·15 선언 때만 해도 제네바 합의가 유효했기 때문에 북핵 문제는 큰 현안이 아니었다. 10·4 선언의 주역인 노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가 선순환 구조로 풀려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으며 문 대통령도 이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이뤄낸 남북관계 업적을 언급하면서 “그 기간 동안 6자회담은 북핵문제 해결 원칙과 방향을 담은 9·19 성명과 2·13 합의를 채택했다. 북·미, 북·일 관계에도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9·19 성명 이행, 한반도 핵문제 해결, 정전체제 종식,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이 담긴 10·4 선언 내용을 환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6·15 선언보다 10·4 선언에 방점을 찍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6·15, 10·4 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한다는 의지를 먼저 밝히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로 10·4 선언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북한 측부터 합의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우리 측에만 이행을 떠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글=조성은 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