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조폐공사 차장 “마니아층은 가치와 가격을 동시에 봐요”

입력 2017-07-06 21:11

은으로 만든 메달에 고대사에 등장하는 ‘치우천왕’이 말을 타고 전쟁터로 나가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메달 반대쪽에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귀면화’가 보였다.

이 메달은 기념주화와 골드바 등이 주력 상품인 메달코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조폐공사가 만들었다. 올해 5월 출시한 치우천왕 메달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박’이 났다. 5만개를 만들었는데 모두 팔렸다. 매출액은 10억원 정도다. 특히 해외에서 팔린 게 4만4000개에 이른다. 전체 규모가 6조원인 세계 메달코인 시장에 내디딘 첫발로는 나쁘지 않다.

대전에 있는 조폐공사 본사에서 6일 메달 기획자인 김대희(사진) 화폐본부 차장을 만났다. 호평받은 경쟁력이 무엇인지 묻자 “메달코인 마니아층은 가치만 보는 게 아니라 가격도 보더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금으로 제작한 하회탈 메달은 해외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못 받았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판매가를 개당 40만원으로 책정한 게 패착이었다. 제작 당시 금 시세보다 배 정도 비싼 가격이었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가격경쟁력과 디자인까지 염두에 뒀다고 한다. 김 차장은 “판매가를 2만5000원으로 정했는데 독일 전시회에 소개되자마자 현지에서 다 팔렸다”며 “전쟁의 신이라는 이미지에 대해 해외에서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폐공사는 이달 중 금으로 만든 치우천왕 메달도 선보일 계획이다. 후발 주자이지만 뛰어난 디자인으로 메달코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게 목표다. 김 차장은 “메달코인 시장에서 상위권 업체의 경우 작품 하나에 1조원 단위의 물량이 움직인다”며 “당장은 낮은 가격에 공급하지만 더 가치 있는 메달로 메달코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